‘외제차 폭주족’ 잡고보니… 프로선수·의사·현역장교·대학강사
입력 2011-01-24 18:29
늦은 밤 도심에서 시속 200㎞가 넘는 속도로 자동차 경주를 한 폭주족들이 경찰에 검거됐다. 현직 프로야구 선수, 프로 골퍼, 서울대 강사, 의사, 현역 장교도 폭주족에 포함돼 있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안전과는 심야에 전국을 돌며 자동차 경주를 벌인 혐의(도로교통법상 공동위험행위 등)로 모터스포츠 업체 사장 방모(28)씨와 현직 프로야구 선수 고모(29)씨 등 146명을 검거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8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서울 북악스카이웨이, 남산 소월길, 인천 석좌동 북항, 경기도 시흥 오이도, 경기도 성남 갈마산 등에서 ‘드래그 레이스’(400m 직선 도로에서 차량 2대가 고속 질주하는 경주) 등을 710차례 하며 교통을 방해한 혐의다.
방씨는 회사 소속 아마추어 레이싱 선수들과 공모해 ‘드리프트 레이스’를 가르치는 무등록 자동차운전학원을 운영했다. 드리프트 레이스는 차량을 360도 회전하거나 일부러 미끄러지게 하는 기술이다. 방씨는 성남 갈마산 등에서 폭주족을 교육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기타리스트 이모(28)씨는 동료들과 함께 서울 남산이나 소월길 등 경사지고 굽은 구간이 많은 산길에서 시속 140㎞가 넘는 속도로 내려오는 ‘와인딩 레이스’를 벌였다. 박모(38)씨 등 10여명은 올림픽대로 등에서 일반 차량 사이를 피해 달리는 ‘공도배틀 레이스’로 주변 차량을 위협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능 좋은 자동차를 타고 있다는 과시욕 때문에 과속을 즐기는 경우가 많았다”며 “검거된 폭주족 중에는 12세 딸과 경주에 가담한 20대 부부와 고등학생도 있었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