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 설 귀향 열차표 구하기 ‘나체 질주’
입력 2011-01-24 21:10
중국에서 춘제(春節·설) 귀향 열차표 구하기 전쟁이 벌어졌다. 열차표를 구하지 못한 귀성객이 나체로 항의하는 소동까지 빚어지고 있다.
23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저장(浙江)성 진화(金華)시의 20대 후반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근로자) 천웨이웨이(陳偉偉)는 지난 17일 저녁 진화역에서 고향 가는 열차표를 구하기 위해 줄을 섰다. 춘제를 맞아 임신 8개월인 아내가 기다리는 고향 허난(河南)성 상추(商丘)로 간다는 생각에 마음은 들떴다. 피곤함도 잊고 밤새 줄서 기다렸지만, 다음날 정오쯤 판매소에선 열차표 매진을 알렸다.
천웨이웨이는 판매원에게 열차표를 구해 달라고 애원했지만 소용없었다. 화가 난 그는 팬티 차림으로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항의했다.
진화역 측은 일단 표를 구해주겠다고 설득해 그의 황당한 ‘나체 질주’를 멈추게 했다. 하지만 특별한 행동 때문에 표를 줄 수는 없다는 회의 결론이 나 천웨이웨이는 결국 표를 구하지 못했다.
인터넷에선 이 ‘나체 질주’ 사건이 사진과 함께 올라 핫이슈가 됐다. 동정론과 함께 정부 당국이 서민들의 귀향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그런 극단적인 행동으로 반칙 표를 구하려고 해서야 되겠느냐”는 비난도 상당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19일부터 다음 달 27일까지 40일간을 춘제 특별운송 기간으로 정하고 특별대책에 나서고 있다. 이 기간 중국 인구의 2배가 넘는 28억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자 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열차 표 구매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천웨이웨이는 자신의 행동이 지나쳤음을 반성하면서 버스 등 다른 교통편을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 고향에 가면 고향 근처의 직장을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