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反美’ 분노 폭발… “무인기 무차별 공격으로 죄없는 무슬림 그만 죽여라”
입력 2011-01-24 21:08
미군의 무차별적인 무인기 공격에 대한 파키스탄 국민들의 분노가 대규모 반미 시위로 폭발했다. 친미 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파키스탄에서 대규모 반미 시위는 극히 이례적이다.
파키스탄 최대 이슬람 근본주의 정당인 ‘자마트 이슬라미’(JI) 소속 무슬림 1만여명은 23일 북서부 도시 페샤와르에서 주요 도로를 가로막고 시위를 벌였으며, 현지 의회 건물 앞에서 6시간가량 농성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다.
시위대는 ‘미국에 죽음을’ ‘파키스탄에 대한 무인기 공격을 중단하라’ ‘파키스탄에 대한 미국 간섭을 반대한다’ 등 반미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며 구호를 외쳤다. 한 플래카드엔 ‘(버락) 오바마(미 대통령)는 들어라. 무고한 무슬림을 죽이지 말라’는 구호도 있었다. JI 대표 시에드 무나와르 하산은 “정부는 왜 미국의 무인기 공격에 침묵하는가. 이 공격들은 파키스탄 이익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시위는 미군 무인기들이 파키스탄 북와지리스탄 지역에서 세 차례 차량 등을 공격해 최소 민병대원 13명이 숨진 것에 대한 항의였다. 파키스탄 국민들도 미군의 무인기 공격이 주권 침해라며 무슬림 시위에 동조하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해 9월 30일 무인기 폭격으로 자국 군인 3명이 숨지는 등 피해가 확산되자 미군과 나토군 보급로를 폐쇄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미군의 무인기 공격을 묵인하는 실정이다.
미국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파키스탄에서만 110여 차례 무인기 공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전직 스파이 듀앤 클래릿지(78)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서 독자적인 정보조직망을 유지하면서 미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비평가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폭로했다. 클래릿지는 20여년 전 CIA를 그만뒀지만 지난 2년간 파키스탄 산악지대 등지에서 활동하는 정보원과의 연락망을 통해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탈레반 지도자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