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反골프 정서에 미국행… 우승 꿈 이룬 ‘골프 난민’

입력 2011-01-24 17:53

중남미 베네수엘라에서 골프는 부르조아 운동으로 취급받고 있다. 1999년 집권한 좌파정권 우고 차베스가 대통령에 오른 뒤 골프를 사치성 게임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최근 7년 동안 6개의 골프장을 폐쇄시켰고, 빈민들의 택지 마련을 위해 카라카스 지역의 골프장을 몰수하기도 했다.

반(反) 골프의 움직임이 거세지자 2002년 17세의 한 골프 선수가 차베스 대통령의 이런 골프관을 바꾸기 위해 당당히 면담을 신청했다. 면담 신청이 거절당하자 그는 골프 선수의 길을 이어가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빗자루와 돌을 가지고 어렵게 배운 골프를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텍사스주립대 골프팀에 진학한 그는 지난해에는 미국프로골프(PGA) 2부 투어 상금랭킹 7위에 올라 베네수엘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PGA 투어 출전권을 거머쥐는 쾌거를 만들어냈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2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인근 파머 코스(파72)에서 열린 PGA 투어 봅 호프클래식 최종 5라운드에서 27언더파 333타로 개리 우드랜드, 빌 하스(이상 미국)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전 끝에 생애 첫 우승까지 차지한 것. PGA 투어에서 베네수엘라 선수로는 처음으로 우승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주인공이 바로 조나탄 베가스(26)다.

PGA 투어 5번째 출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린 베가스는 “차베스 대통령은 골프가 엘리트 계층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며 다시 한번 차베스와의 만남을 희망했다. 우승 상금으로 90만 달러를 받은 베가스는 “너무 기쁘다. 드디어 간절히 원했던 꿈이 현실로 이뤄졌다”며 감격했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