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앞까지 웬 간섭? 방치된 氷道… 골목·이면도로 ‘꽁꽁’

입력 2011-01-24 17:56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제정한 ‘내 집 앞 눈 치우기’ 조례가 사실상 사문화되고 있다. 24일 오전 서울시내 골목길과 이면도로 중 쌓인 눈을 치우지 않아 얼어붙은 곳이 적지 않았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부족과 눈 치우기까지 개입한 과잉 행정이 빚어낸 예상됐던 결과라는 평가다. 소방방재청은 집 앞 눈을 치우지 않는 주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는 2006년 7월 ‘건축물관리자의 제설·제빙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내 집 앞 눈 치우기’를 의무화했다. 조례안은 건축물의 소유자나 점유자·관리자가 건축물의 대지에 접한 보도와 1m 이내 거리의 이면도로에 쌓인 눈을 치워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적설량이 10㎝ 이하일 경우 낮 동안 내린 눈은 4시간 이내, 해가 진 후 내린 눈은 다음 날 오전 11시까지 치우도록 했다. 적설량 10㎝ 이상의 큰 눈은 24시간 이내에 제설작업을 마치도록 했다.

지난 23일 서울에 6㎝의 눈이 자정 무렵까지 내렸기 때문에 조례에 따르면 주민들은 24일 오전 11시까지 주택가와 상가 앞의 눈을 치워야 했다. 그러나 서울시내 주택가에서는 눈 덮인 보도와 이면도로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경사가 심한 일부 골목길은 눈을 치우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들이 다닌 자리가 얼어붙어 걷기조차 힘들었다. 아파트와 다세대 주택 부근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서울 양평동에 사는 이상호(30)씨는 “언 곳에 또 눈이 내려 보도로 걷기가 불안하다”며 보도 대신 차도를 이용했다. 강미숙(56·여)씨는 “노인들이 얼어붙은 길에 낙상이나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처벌 조항이 없어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며 “동참하지 않는 이들을 강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소방방재청은 실태를 파악한 뒤 눈을 치우지 않는 주민들에게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골목길까지 샅샅이 뒤져 과태료를 내린다는 방침에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눈을 치우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서민에게 100만원이라는 거액을 내라는 것은 저항이 거세 실제로 도입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기상청은 눈이 그친 뒤 찬 대륙고기압이 다시 확장해 이달 말까지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10도 안팎의 강추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충남과 전라도, 제주도 지방은 28∼29일 눈이 다시 내리겠다고 전망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