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비운의 스타라 했는가… 이규혁, 세계스프린트선수권 4번째 종합우승
입력 2011-01-24 17:53
감당하기 힘든 좌절감을 안겨준 빙판이었지만 이규혁(33·서울시청)은 다시 차가운 출발선 위에 섰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부진 이후 모두가 은퇴를 이야기했지만 어렵사리 한 시즌을 더 뛰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힘들게 선수생활을 연장한 시즌에서 이규혁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규혁은 24일(한국시간)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스프린트 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4번째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이규혁은 500m 2차 시기에서 34초77로 1위를 차지한 후 1000m 2차 시기에서는 1분 9초48로 6위를 기록했다. 전날 500m(34초92·1위)와 1000m(1분9초65·4위) 1차 시기 기록을 합산한 결과 종합 1위에 올랐다. 특히 500m에서는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모태범(22·한국체대)을 비롯해 샤니 데이비스, 스테판 그루투이스를 두 번 모두 제쳤다.
스프린트선수권대회는 이틀 간 500m와 1000m 두 종목을 각각 두 번씩 모두 4차례의 레이스 기록을 점수로 합산해 종합 1위를 결정한다.
이로써 이규혁은 2007년과 2008년 이 대회에서 2회 연속 종합 우승을 차지한 후 지난해와 올해 또다시 2연패를 하며 4회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 대회에서 4회 이상 우승을 차지한 선수는 이고르 젤레조프스키(6회)와 전설적인 스프린터 에릭 헤이든(4회), 제레미 워더스푼(4회) 등이다.
이규혁은 앞서 지난해 12월 21일 열린 전국남녀 스프린트선수권 대회에서도 후배 모태범을 꺾고 10연패를 달성한 바 있어 스피드 스케이팅 단거리 부문에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입증했다.
국·내외 대회에서 절정의 기량을 선보인 이규혁은 이달 말부터 열리는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또 한번 금메달에 도전한다. 500m는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고 주종목 1000m는 열리지 않아 1500m에 출전하는 이규혁은 이번 대회에 우승할 경우 3연패를 기록하게 된다.
김현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