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천사’ 하늘나라서 학사모 쓴다… 봉사활동하다 숨진 이용준씨

입력 2011-01-24 20:52


그는 탄자니아에 묻혔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탄자니아인 카문둘리 올레 시망가는 “가족과 같은 용준을 자주 볼 수 있어야 한다”며 그가 탄자니아에 묻히기를 원했다. 결국 고(故) 이용준(당시 24세)씨는 지난해 8월 24일 검은 대륙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엔카타니 마을에 영원히 머물게 됐다. 이씨가 설계한 초등학교에서 치러진 장례식에는 200여명의 현지인들이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이씨는 지난해 7월 15일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지역 보마 응옴베 마을에 지을 학교 설계도를 완성하기 위해 한국을 떠났다. 장난감을 쌓아올리고 옛 건축물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이씨는 2006년 서울대 건축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입학 후 첫 여름방학 때 선교 동아리를 통해 탄자니아에 갔다 온 이씨는 그 뒤 네 번이나 탄자니아를 찾았다. 탄자니아에서 우물 파기, 태양광 발전판 설치, 유치원생 교육 등의 봉사활동을 했고 초등학교 식당 건물도 설계했다.

그는 마을에 학생 600여명이 수업을 들을 수 있고 1만5000여권의 책이 있는 도서관을 갖춘 중·고등학교를 지어주고 싶었다. 이씨는 탄자니아의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설계를 연구했다. 학교 설계를 마무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그는 지난해 8월 20일 친구들과 함께 탄자니아 북동부 탕가 지역 바닷가를 찾았다. 휴식을 갖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잠시 머물다 떠날 채비를 시작할 때쯤 이씨가 보이지 않았다. 이씨는 근처 바닷가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숨이 멎은 후였다.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곳에서 갑자기 온도가 다른 바닷물이 밀려오면서 심장마비가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전해들은 가족들은 그를 화장해 반은 탄자니아에 묻고, 나머지 반은 한국으로 가져오려 했다. 그러나 자신을 ‘바바용준’(용준의 아버지)이라고 소개한 마을 유지 시망가는 “그를 화장하면 다음 세상에서 만날 수 없다”면서 화장을 반대했다. 결국 이씨의 가족들은 그가 생전에 그토록 사랑했던 탄자니아에 아들을 묻기로 했다.

이씨는 다음달 25일 열리는 서울대 학위수여식에서 학사모를 쓴다. 서울대는 이씨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서울대 이학래 학생처장은 “졸업을 1년도 채 못 남기고 좋은 일을 하다 안타깝게 숨진 이씨를 학생들이 본받게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