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재계 합심해 글로벌 경쟁력 높여라

입력 2011-01-24 17:45

이명박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 및 주요 경제단체장이 24일 오찬을 함께하면서 ‘수출·투자·고용 확대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30대 그룹은 지난해보다 12.2% 늘어난 113조2000억원을 올해 새로 투자해 일자리 11만8000개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고무적인 소식이다.

그간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의 신년 회동은 연례행사나 같았다. 그 자리에서 대통령은 재계에 일방적으로 투자·고용 확대를 주문하면서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고 있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기에 바빴다. 대통령이 친기업을 앞세워 정책협조를 당부하면 재계는 기다렸다는 듯이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우선 회동 장소가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회의실이라는 점이 신선하다. 예년처럼 대통령이 청와대로 그룹 총수들을 불러 주문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재계가 이 대통령을 전경련 사무실로 초청해 그 자리에서 미리 예정된 투자 및 고용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번 회동의 형식이 말해주는 것처럼 재계가 자발적으로 투자 계획을 내놓았는지, 이번에도 대통령과의 회동을 염두에 두고 마지못해 계획을 짜 맞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올해 우리 경제 성장세가 지난해보다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30대 그룹이 예상 외로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내놓아 예년의 기억이 겹쳐지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바람직한 정·경 관계 차원에서라도 대통령과 그룹 총수 회동은 새로워질 필요가 있다. 연례행사식 회동은 지양하는 게 맞다. 정부가 나서서 투자를 강요하지 않더라도 기업은 스스로의 존립을 위해 투자를 늘리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정부의 몫은 당연히 기업 환경 개선이다.

대통령은 재계에 투자·고용 확대를 주문하기보다 투자가 원활하도록 장애물을 없애고 불필요한 규제를 조정·폐지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문제도 대기업에 말로 요구하기보다 법과 제도를 통해 중소기업의 불합리한 환경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아울러 올해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세운 30대 그룹이 차질 없이 당초 목표 이상의 성과를 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