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바울 (2) 다른 종교 믿다 처음 가 본 교회서 회심

입력 2011-01-24 20:47


나는 다섯 살 때 소아마비를 앓은 적이 있다. 나 때문에 고통스러워하시던 아버지와 어머니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동네 친구들과 놀다가 그냥 땅바닥에 주저앉아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발견한 아버지는 나를 안고 병원으로 달려가며 우셨다. 내가 손에 힘이 없어서 물건을 잡아도 금방 떨어뜨리는 것을 보면서도 우셨다.

그 후 침을 잘 놓는다는 한의원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6개월을 다니면서 온몸에 침을 맞았다. 매일 형님 등에 업혀 한의원에 갔었고 2시간 이상 침을 맞았다. 놀랍게도 6개월이 지나자 회복되기 시작했고 정상적으로 걸어 다닐 수 있게 됐다. 소아마비는 한번 발병하면 회복될 수 없다고 들었는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셈이다. 지금 생각하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아버지는 일본에서 들어온 ‘일연정종’(남묘호랑게교)을 믿었다. 내가 아팠던 것과 어머니 몸이 좋지 않으셨던 것 때문에 더 열심히 모임에 참석했다. 아버지는 그 후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그 종교를 열심히 믿으셨다. 하지만 병으로 누우시고 세상을 떠나시기 일주일 전 예수님을 믿고 편안하게 세상을 떠나셨다.

나는 여섯 살 때부터 아버지 손을 잡고 열심히 그 모임에 참석했고 일연정종의 경전을 읽고 주문을 외웠다. 하루 3시간 이상씩 동쪽 벽을 향해 무릎을 꿇고 앉아 외웠다. 가족 전부 그 종교를 믿은 것은 아니지만 유독 나를 예뻐하셨던 아버지의 권유로 나갔다. 나 역시 어린 마음에 아버지께 순종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신봉했다.

그러던 내가 처음 교회에 나가게 된 것은 대학 1학년 때다. 고등학교 선배가 교회에 한번 가자고 강제로 데리고 간 것이었다. 일연정종에 심취해 있을 때 나는 인생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왜 사는가? 그리고 죽고 나면 어디로 가는 것인가.’

처음 교회에 갔을 때 ‘한미전도대회’라는 집회가 한창이었다. 예배당 뒷자리에 앉아 모임에 참석했는데 앞에서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가만히 앉아 있는데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평안함이 밀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아! 이곳에 무엇인가 있구나. 지금까지 내가 고민했던 질문의 답을 얻을 수도 있겠구나.’

그 후 나는 아버지 몰래 교회에 나갔다. 성경을 읽으며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로마서 말씀을 읽는데 10장 10절 말씀이 눈에 확 들어왔다. “사람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르느니라.”

나는 이 말씀으로 구원의 확신을 갖게 됐고 예수를 구세주로 영접하게 되었다. 그 후 침례를 받았고 남묘호랑계교에 열심을 냈던 그 이상으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여전히 집에서는 내가 교회에 나가는 줄 모르고 있었는데 대학 2학년 때 어느 날 아버지가 불렀다. 그리곤 성경을 내 앞에 내놓으셨다. “이것이 네 것이냐?”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버지는 조용히 “교회에 나가느냐?” 하고 물어 보셨다. 나는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사실대로 말했다. 아버지는 나에게 성경을 던지면서 “이것을 불태우고 집에 있든지 아니면 집을 나가거라” 하고 말씀하셨다.

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