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봉사 이어 선교 영역에서도 하나 된다
입력 2011-01-24 14:22
[미션라이프] 한국교회가 봉사 영역에 이어 선교 영역에서도 하나가 되고 있다. 교단과 신학을 초월해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복음주의나 에큐메니컬 진영으로 대변되는 신학의 평행선이 세계 선교에 있어서는 한 개의 점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대위임명령(마 28:18∼20) 수행에 있어서만큼은 교단이나 교파, 신학을 초월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선교 연합은 선교 현장에서 활발하다. 캄보디아는 연합 사역의 대표적 국가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0월 캄보디아장로교공의회는 첫 선교대회를 개최했다. 수도 프놈펜의 올림픽스타디움 체육관에서 현지 기독교인 1200명이 참여해 캄보디아가 선교하는 국가가 되도록 기도했다.
2003년 9월 설립된 캄보디아장로교공의회는 왕성한 활동으로 주목받아 왔다. 특히 한국의 12개 장로교단 파송 선교사들로 구성된 캄보디아장로교신학교(전호진 총장)는 교파를 초월한 연합사역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학교는 2014년 준공을 목표로 새로운 신학대학 건축을 준비하고 있다. 신학교는 3년 전 ‘신학 선언’을 통해 교파 간 신학 차이를 극복하며 동질성을 유지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필리핀장로교연합을 시작한 필리핀은 예장 합동과 통합, 고신, 합동정통(현 백석) 등 4개 교단이 연합해 단일장로교단을 세웠고, 이후 예장 대신과 합신이 합세해 2002년부터 필리핀장로교신학교를 세우며 사역을 펼쳐오고 있다. 현재 장로교단을 중심으로 연합 활동을 전개하는 국가는 베트남과 러시아, 키르기스스탄 등이다.
국내 신학계 역시 협력이 진행 중이다.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회장 안희열)와 한국선교신학회(회장 황순환)는 선교신학계의 양대 학회이다.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컬 진영의 선교신학을 대표하는 이들 신학회는 지난해 7월 에든버러 세계선교사대회 100주년을 기념해 열렸던 학술대회와 선교대회를 위해 하나가 됐다.
이 행사는 두 학회를 비롯해 한국로잔위원회, 세계선교연구원, 한국기독교학술원, 부산세계선교협의회, 킴치(KIMCHI) 등이 연합한 ‘한국연합선교회’(KAM·회장 이광순 교수)가 주관했다.
KAM은 지난해 에든버러 100주년을 맞아 100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에든버러 선교사대회 당시 고(古)문서 완역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영환 서울신대(선교학) 교수는 “교파와 신학을 초월한 신학자들이 하나가 되어 참여한 100편의 논문은 선교와 관련된 중요한 이슈를 다뤘다”며 “선교신학자와 선교사, 선교현장이 연합돼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한국적 선교의 모습을 담았다”고 평가했다.
이광순 장신대 교수는 “에든버러 100주년 대회는 진정한 연합 선교의 모습을 추구했다”며 “한국 교회가 세계 선교의 목표를 위해 하나 되어 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KAM에 속한 진보와 보수 진영 선교신학자들은 지난해부터 논쟁이 되고 있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총회의 한국 유치에 대해서도 학문적 입장을 정리하기도 했다. WCC와 WEA의 신학과 선교에 대해 처음으로 객관적인 평가를 시도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13일 학술대회를 개최한 학자들은 “두 총회가 모두 세계 교회와 더불어 다양성 속에서 일치와 연합을 증대시키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양측 모두 그리스도 안에서 믿음이 올바른 행동과 결코 분리되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한국교회가 선교 영역에 있어 일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지점은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다. KWMA는 교단선교부와 선교단체의 연합체로 16개 교단 선교부와 124개 선교단체를 망라한다. 교단 선교부에는 예장 합동이나 고신, 통합, 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 등이 모두 속해 있어 하나 된 선교연합체를 지향한다.
지난해 10월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열렸던 제3차 로잔대회 역시 세계 복음화를 위해 교파와 교단, 신학적 구분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대회였다. 복음주의 최대 행사였으면서도 ‘에큐메니컬한’ 대회였다.
4300명의 대표단에는 WCC 관계자, 가톨릭교회, 정교회 참가단도 포함됐다. 이들은 3차 대회의 주제였던 ‘화해’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면서 자신들과의 교류를 확대하자는 제스처를 보냈다. 대회 이후 발표된 ‘로잔 서약’은 선교 영역에서 복음전도와 사회봉사는 하나이며 뗄 수 없는 요소라는 로잔언약(1974)을 그대로 확증했다.
한정국 KWMA 사무총장은 “향후 10년 안에 선교 영역에서 거룩한 만남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선교 영역에서 교회가 하나 되는 것은 매우 낙관적”이라고 내다봤다. 한 사무총장은 “두 진영 모두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용어를 적극 사용하면서 적어도 선교현장에서만은 하나의 기독교를 가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선교의 연합 측면에서 간과될 수 없는 것은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 개념이다. 이는 보수 진영이 ‘개인 복음’에 집착하고, 자유주의 진영이 ‘사회 복음’에 집중하면서 양 진영을 넘어 제3의 방식을 찾으려는 시도에서 나왔다.
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선교적 교회 논의는 신학계에도 영향을 미쳐 신학 자체를 선교의 관점으로 해석해 선교학이 신학의 한 분야가 아니라 오히려 신학이 선교의 한 분야라고 설파되기 시작했다.
남아공 출신의 신학자 데이비드 보시, 영국 출신 인도 선교사 레슬리 뉴비긴, 미국의 빈센트 도노번 등이 그 중심에 있으며, 최근엔 국제랭함파트너십의 크리스토퍼 라이트 대표 등에 의해 계승, 발전되고 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신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