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생명 끄는’ 노후장비… 19년된 승강기에 매달려 고드름 제거중 추락, 2명 死傷
입력 2011-01-24 00:23
19년된 노후장비에 몸을 맡긴 채 고층아파트 외벽의 고드름 제거작업을 벌이던 소방관 2명이 추락,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23일 광주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5시15분쯤 광주 월곡동 I아파트 14층 외벽에서 고드름 제거작업을 하던 광주광산소방서 하남119센터 소속 이석훈(36) 소방교와 노은호(28) 소방사 등 2명이 승강기와 함께 30여m 아래의 고가사다리차 상단부로 곤두박질했다.
이 사고로 이씨가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노씨는 다리가 부러져 전남대병원에서 치료중이다.
노후 장비가 사고의 원인이었다. 소방관들은 아파트 외벽에 위험스럽게 얼어붙은 고드름을 제거하기 위해 출동했다가 사다리차 승강기 쇠줄이 끊기면서 변을 당했다.
이날 고드름 제거작업에 사용된 사다리차는 1992년 11월에 등록된 장비로 1개월 전 실시된 안전검사는 통과했지만 예산부족으로 사용연한 15년을 4년이나 넘겨 매우 노후된 상태였다.
시소방본부가 보유중인 굴절차와 고가 사다리차 10대중 5대가 사용연한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한파로 생긴 대형 고드름을 제거해달라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어 동일한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도 크다.
소방방재청은 특히 지난해 10월 소방장비 내용연수를 조정하면서 고가 사다리차 사용연한을 당초 12년에서 15년으로 늘려 장비 노후화를 더욱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안전사고를 예방하려다가 숨진 이 소방교에 대해 순직 처리하고 최대한 예우를 갖춰 장례를 치르도록 할 것”을 지시했다.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에는 노후된 소방 장비를 교체하자는 네티즌 100만명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이날 오후 10시 현재 1725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네티즌들은 “그동안 노후된 소방장비도 모자라 부상했을 경우 자비로 치료까지 해야 하는 소방관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며 “이번 사고를 교훈삼아 불합리한 소방관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