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의 큰 지도자 잃었다” 각계서 추모

입력 2011-01-23 22:43


소설가 박완서씨가 22일 오전 6시17분 담낭암 투병 중 별세했다. 향년 80세. 박씨는 지난해 가을 담낭암 진단을 받고 수술 후 치료를 해왔으나 최근 급격히 병세가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

1931년 개성의 외곽 지역인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난 고인은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중퇴하고, 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현상공모에서 ‘나목(裸木)’이 당선되면서 40세에 등단했다.

전쟁과 분단 등 한국현대사의 아픔을 온몸으로 겪으며 청춘을 보낸 그는 자신의 깊은 상처를 되새기며 독자들을 치유하고 위로하는 글을 써왔다. 장편소설은 ‘휘청거리는 오후’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등이 있으며, ‘세 가지 소원’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등 수필집을 남겼다.

‘영원한 현역’으로 41년간 활동하며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만해문학상, 인촌상, 황순원문학상, 호암예술상 등과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93년부터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했으며, 2004년 예술원 회원으로 선임됐다. 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했던 그는 2006년 문화예술계에서는 처음 서울대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유족은 장녀 호원숙(작가), 차녀 원순, 삼녀 원경(서울대 의대 교수), 사녀 원균씨 등 4녀와 사위 황창윤(신라대 교수), 김광하(도이상사 대표), 권오정(성균관대 의대 학장), 김장섭(대구대 교수)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5일 오전 8시40분이며 장지는 경기도 용인 천주교 공원묘지에 마련된다. 고인의 뜻에 따라 유족들은 부의금을 정중히 사양하고 장례절차도 별도의 의식 없이 발인 후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성당에서 장례미사로 조용히 치를 예정이다.

고인의 빈소에는 시인 김지하, 소설가 박범신 은희경 김연수 양귀자 최일남 김승옥씨,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 이해인 수녀, 가수 김창완, 탤런트 최불암,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등 문인과 지인들이 찾아 추모했다. 이명박 대통령,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각계 인사들은 조화를 보냈다.

박범신씨는 “문단으로서는 박경리 선생에 이어 박완서 선생이 돌아가셔서 훌륭한 지도자를 잃어버린 느낌”이라며 안타까워했고, 황석영씨는 “전후 한국사의 변화와 중산층의 발생, 한국 근대사의 시민 형성과정을 훌륭하게 그려내셨다”며 “특히 만년의 문학을 아주 빛나게 마무리하신 분”이라고 추모했다.

고인과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한 영화배우 안성기씨는 “에티오피아에 함께 갔을 때 앙상한 영양실조 아이들을 본 뒤 식사조차 못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함께 활동하고 싶었는데 먼저 가셔서 너무 아쉽고 가슴이 아프다”고 추모의 메시지를 전했다.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