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민주화, 일단 선교 청신호…시민중심 헌법 개정돼야 효과
입력 2011-01-23 18:12
“튀니지발 시민혁명이 아랍 세계 민주화의 도미노 현상이 된다거나 이슬람 세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이란 예상은 장밋빛에 불과합니다. 연초 아랍 국가에서 발생한 사건들은 외부 요인보다 내부의 부작용과 역기능이 표출된 결과일 뿐입니다.”
아랍 전문가 공일주(사진) 박사는 14일 튀니지의 국가비상사태 발표 이후 전 세계가 인근 알제리와 이집트, 중동 국가에도 민주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는 내부자 관점이 아닌 일방적 외부 시각에 따른 가상현실이라고 잘라 말했다. 공 박사는 23일 본보에 보내온 이메일에서 이같이 밝히고 “한국 교계는 아랍의 역사, 정치, 종교, 사회에 대한 구조적 이해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튀니지 사태는 깨어 있는 시민들이 주도한 중산층 혁명”이라며 “그러나 현재 정국이 혼란으로 치달아 시민들 역시 좌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제리와 이집트는 튀니지처럼 세속화돼 있지 않고 이집트의 경우는 국민 56%가 문맹이어서 깨어 있는 시민의 결집이 쉽지 않습니다. 요르단 역시 일부 시민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정치, 경제 개혁을 부르짖고 있지만 왕정 체제 전복은 아닙니다.”
공 박사는 현대 아랍 국가들이 안고 있는 딜레마를 6가지로 요약했다. 외국 군대의 아랍 주둔, 서구 식민주의의 유산, 이스라엘과의 갈등, 군사정권을 유지하는 지도자들의 전제정치, 경제적 고통, 아랍 내 종교·종파적 갈등(수니파와 시아파, 이슬람과 기독교) 등. 그는 “연초부터 아랍 세계가 불안정한 것은 6가지 요인이 서로 얽혀 생긴 일”이라며 “이 요인들이 올해도 아랍 국가 민주화의 발목을 붙잡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따라서 최근 아랍 상황이 기독교 선교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아랍권의 민주화가 선교에 청신호가 될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선 먼저 이슬람 중심 사회가 아닌 시민 중심의 헌법 개정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아랍권이 시민 중심 사회로 변화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이집트의 경우 2007년 시민사회를 골자로 하는 법률 개정이 완료됐지만 이슬람 중심 사회인데다 자유스런 정당 활동도 불허하고 있어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 시민사회의 필수 조건인 국민투표에 의한 국가수반 선출 사례가 없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공 박사는 “주목할 것은 아랍인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와 서구의 민주주의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점”이라며 “우리가 알고 있는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아랍 국민 의식이 완전히 변하기 전에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한편 그는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 대가로 특전사 파병, 레바논 동명부대 주둔, 북한의 연평도 도발 대비를 위한 이스라엘 제 무기 도입 계획 등은 아랍과 이스라엘 간 갈등 요인과 맞물려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정부는 국내외 교민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