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여론수렴 불충분” vs 교육청 “착실히 준비했다”… 경기·강원 고교평준화 왜 갈등빚나
입력 2011-01-23 18:10
교육과학기술부가 경기도교육청과 강원도교육청의 대표 공약인 고교 평준화에 제동을 걸면서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23일 교과부의 평준화 반대 입장에 대한 장문의 반박 자료를 냈다. 강원도교육청도 평준화 관철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안산 의정부 광명의 평준화를 위해 2009년부터 기본계획을 세웠다. 강원도교육청도 민병희 교육감이 취임한 이후 춘천 강릉 원주의 평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결정권을 손에 쥔 교과부는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설동근 교과부 1차관은 21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구체적인 안을 마련해 지역주민의 의견 수렴을 거쳐야 평준화의 첨예한 문제가 해소될 수 있는데 이런 절차를 안 거쳤다”고 지적했다. 교과부가 교과부령 개정을 거부하면 해당 지역의 평준화는 백지화된다,
교과부는 우선 평준화 신청 교육청들이 학군 및 학생배정방법, 비선호 학교 대책, 학교 간 교육격차 해소, 우수학생 유출 방지, 과대학교·과밀학급 해소 방안 등을 준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교과부 구자문 학교제도기획과장은 “교육청들이 평준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고 연구도 했다지만 학군 설정, 학생 배정 등이 확정된 최종안은 없다”며 “확정안도 없이 교과부령을 개정했다가 발생할 혼란은 누가 책임지겠는가”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군 및 구역 설정과 학생 배정 방법은 여론조사를 했고 최근 검토안까지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경기도교육청 조병래 대변인은 “평준화에 대비해 학교 신설 예산을 마련하고 버스 노선까지 조정하는 등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반박했다.
교과부는 이들 교육청이 진보교육감 취임 직후 급하게 평준화안을 만들어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은 김상곤 교육감 취임 직후인 2009년 5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정책 효과 분석, 타당성 연구, 여론조사 등 절차를 거쳐 최종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강원도교육청도 지난해 7월 방침을 정하고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순차적으로 평준화를 준비했다는 입장이다.
2012학년도 시행 가능 여부를 두고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교과부는 2012학년도에 평준화를 하려면 오는 3월 말까지 입학전형 기본계획에 학군설정, 전형방법, 학생 배정방법 등을 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 학생 배정방법 등이 구체화되지 않아 시기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양 교육청은 구체적인 전형방법은 통상 7월까지 고시했기 때문에 시간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의 찬반 논란도 불붙고 있다. 경기도고교평준화시민연대는 평준화 시행이 지연될 경우 권한쟁의심판을 포함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평준화반대실천협의회는 지역 명문고가 사라져 경쟁력을 잃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강원고교평준화추진운동본부도 평준화 전환을 요구하는 도민 7400명의 서명부를 교과부에 전달했다. 반면 강원사랑바른교육연합회는 교과부 입장을 환영하는 성명을 내고 평준화 철회를 관철하기로 했다.
임성수 기자, 의정부 춘천=김칠호 정동원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