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느긋’ VS 저축은행 ‘사활’… 예금금리 인상 ‘온도차’
입력 2011-01-23 18:03
지난 13일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인상된 뒤 은행권 예금 금리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뭉칫돈을 유치하기 위한 은행들의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다만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대응은 온도차를 보여준다. 시중은행들이 금리상승기에 따른 자연스런 유입효과를 기대하는 반면, 부실의 위험을 안고 있는 저축은행들은 예금 인출을 방지하기 위해 추가 금리인상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시중은행 ‘느긋’ VS 저축銀 ‘안간힘’=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대부분 4%대에 진입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 21일 각각 1년짜리 예금 금리를 연 4.0%, 4.1%로 인상했다. 국민은행은 한 달 전보다 예금금리를 0.3% 포인트 올렸다. 지난해 10월 역대 최저치인 2%로 추락했던 예금금리가 지난 13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탄력 받아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은 기준금리가 올해 1% 포인트 남짓 오를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시중은행은 느긋한 입장이다. 실제 은행들은 만기가 도래하는 정기예금 자금을 붙잡기 위해 연초면 너도나도 출시해왔던 고금리 특판상품에도 올해는 별 관심이 없다. 1분기 만기되는 은행권 정기예금은 3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금리의 선행지수격인 기준금리의 상승추세가 확연하기 때문에 굳이 특판상품을 출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금이 넘치는데 운용할 곳이 없는 상황이어서 예금자들도 시중은행 외에 맡길 곳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저축은행의 금리인상도 러시를 이루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04개 저축은행의 1년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삼화저축은행이 영업을 정지한 14일 연 4.27%에서 21일 연 4.35%로 일주일 만에 0.08% 포인트 올랐다. 저축은행의 금리인상은 시중은행과 달리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여파가 크다. 삼화사태로 인해 저축은행 예금의 중도해지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자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주가 상승세가 복병될 수도=부동산에 대한 기대수익률도 낮고 저축은행 마저 구조조정 바람이 불면서 시중은행의 입지는 탄탄해 보인다. 하지만 증시가 지속적인 호조세를 보인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아직은 주가 단기 급등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투자자들이 머뭇거리는 바람에 은행 고객들의 이탈이 많지 않지만 꾸준한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시그널이 나타난다면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잠재력은 충분하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계좌에 들어가 있는 투자자 예탁금이 지난 17일 16조2590억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증권사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24일부터 개인 환매조건부채권(RP)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금리를 0.2% 포인트 올린 2.80%로 인상한다. 삼성증권도 다음주 중 2.60%에서 2.70%로 0.10% 올릴 계획이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