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접종에도 구제역 확산, 왜?… 항체형성 14일 그 사이 감염땐 무용지물

입력 2011-01-23 22:29

구제역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전국에서 구제역 예방백신을 접종하고 있지만 강원도, 경북, 충남, 경기도 등에서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은 백신 접종 이전에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됐거나 백신을 맞았지만 항체가 생기기 전에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정부는 구제역 항체가 형성되는 데 14일이 걸리는 만큼 이달 말부터 진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본다.

23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구제역 예방백신 접종률은 소의 경우 99%에 이른다. 접종 대상 357만1135마리 중 356만7432마리가 1차 접종을 마쳤다. 미접종 소는 전남 3121마리, 경북 582마리에 불과하다. 거의 전국의 소가 예방백신을 맞은 셈이다.

하지만 22일 경북 상주, 경기 평택, 강원 고성 한우농가에서 구제역이 잇따라 발생했다. 1차 백신 접종을 마친 상황에서 구제역이 다시 확산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백신이 무용지물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은 백신을 맞고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예측 가능한 일이라고 판단한다. 실제로 경북 상주는 백신 접종이 끝나고 5일 만에 구제역이 발생했다.

백신 접종 이후 항체가 만들어지는 데 14일이 걸리는데 항체 형성 이전에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백신 접종 이전에 감염됐다면 백신은 아무 소용이 없다. 백신은 예방약이지 치료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제역 바이러스의 생존기간, 잠복기간도 변수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가축 체내에서 최대 14일을 잠복하고, 의류·신발·흙 등에서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다. 생존기간은 의류·신발의 경우 14주, 흙은 21주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철저하게 방역을 하고 있지만 구제역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생존하다 감염될지 모른다. 항체가 형성됐다면 괜찮지만 항체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감염된다면 14일 동안 잠복할 수 있기 때문에 백신 접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돼지 농가는 아직 구제역 백신 접종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접종대상 돼지 838만9800마리 가운데 백신 접종이 끝난 돼지는 40.6%인 340만3000마리에 그친다. 돼지는 바이러스 전파·감염속도가 소보다 빠르다. 이 때문에 구제역이 재확산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는다.

정부 관계자는 “소를 대상으로 하는 예방백신 접종이 사실상 완료됐고, 돼지도 빠른 속도로 접종을 하고 있는 만큼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쯤 구제역이 진정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