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포격 2개월째 연평도는 지금… 문도 다 못 고쳤는데 ‘한파 포탄’에 물까지 끊겨
입력 2011-01-23 17:55
연평도는 여전히 버려진 섬이었다.
북한군의 포격을 받은 지 2개월이 지난 23일 기자가 찾은 연평도는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입에 올리는 것도 사치스러웠다.
상수도는 동파돼 수돗물이 끊긴 지 오래됐고, 시커멓게 불탄 가옥은 을씨년스러워 설 분위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연이어 내린 폭설로 골목길은 빙판으로 변해 있었고, 지나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불에 탄 민가에서는 아직도 매캐한 냄새가 올라오는 등 전쟁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연평도 앞바다에는 꽃게잡이 어선 46척의 투망어구가 철거되지 않아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했다.
고향을 지키기 위해 돌아온 주민들은 이번 강추위를 ‘제2의 포탄’이라고 불렀다. 면사무소 앞에서 만난 주민 옥순덕(73·여)씨는 “물이 없어 세수도 못하고 화장실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신세”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연평도에 들어온 50대 남성은 “물이 나오지 않아 도저히 생활할 수 없어 가족들이 있는 김포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복구 공사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리창이 깨진 524곳과 출입문이 파손된 143곳 중 88%만 복구됐다. 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의 포사격 당시 깨진 유리창과 충격으로 뒤틀린 거실 문틀을 실측하기 위해 이날 나온 기술자 2명이 독거노인 노정숙(83·여)씨 댁을 방문했다. 노씨는 “유리창보다 추위에 수도관이 얼어 싱크대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라고 고통을 하소연했다. 노씨의 눈가에는 세수를 하지 못해 눈곱이 그대로 달려 있었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이달 들어 추가로 피해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며 “완벽한 복구는 주민들이 다시 들어온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심도 흉흉했다. 주민 변진식(66)씨는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연평도 사태에 대한 국민성금의 규모가 천안함 사건 당시와 비교하면 세발의 피”라며 “국민들의 무관심과 엄동설한까지 겹쳐 연평도 주민들의 생활고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낚싯배 선장인 박태원(51)씨는 “포격 당시 집에 혼자 있던 부친(76)의 폐암 증세가 악화돼 죽음을 앞두고 있어 몇 가지 짐만 챙겨 다시 병원으로 돌아간다”며 “아버지는 집 뒤에 떨어진 포탄 이야기만 하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곤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북한의 포사격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무서워 집단 이주장소인 김포 양곡지구에 머물고 있다. 연평도에 머물고 있는 주민은 주민등록상 인구 1756명 중 20%도 채 안되는 276명이다. 전국재해구호협회가 건립한 39동의 임시주택에는 3가구만 입주해 있었다. 30년 만의 강추위와 싸우는 연평도 주민들의 삶이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연평도=글·사진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