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주얼리호 구출 성공] 치밀한 시나리오·첨단장비·국제공조 ‘완벽 작전’ 합작
입력 2011-01-23 22:13
4시간 58분 영화같은 구출… 이래서 성공했다
청해부대의 지난 21일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이 완벽하게 성공한 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치밀한 사전준비와 작전계획, 실제 작전 때 발생할 수 있는 비상상황에 대비한 반복적인 가상훈련, 작전 노출을 막기 위한 언론의 적극적인 협조가 3박자를 이뤘다.
치밀했던 사전준비=“양치기 소년이 되라.” 합동참모본부와 해군작전사령부, 해군본부는 삼호주얼리호를 나포한 해적들이 D데이를 예상치 못하도록 기만작전을 실시할 것을 청해부대에 지시했다. 18일 1차 구출작전이 실패한 뒤 청해부대는 경고사격을 실시하며 하루에도 몇 차례 마치 구조작전에 곧바로 돌입할 것처럼 행동했다. 해적들의 피로가 누적되는 효과도 기했다.
합참과 해작사는 다른 한편에서는 나포 직후 선사로부터 삼호주얼리호의 설계도를 건네받아 내부구조를 숙지했다. 인질들을 대하는 해적들의 행태도 면밀히 연구했고 사격 시 선박의 폭발 가능성도 전문가들과 세밀하게 검토했다.
또 최영함의 전자장비를 이용해 삼호주얼리호의 레이더와 통신장비를 먹통으로 만들었다. 모선과 연락이 잘 안 되는 해적들이 불안해하도록 만들었다. 동시에 청해부대 해군특수전여단(UDT)은 수십 차례 진입훈련을 실시했다.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의 정보도 주효했다. 석 선장은 13명의 해적 숫자와 이들이 경험이 부족한 것 같다는 정보를 전해왔다. 인질 위치도 알려줬다.
오차 없는 작전·첨단 장비=작전은 계획대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석 선장 부상이라는 돌발사태가 발생했지만, 신속하게 미군 헬기의 도움을 받아 오만으로 이송했다. 이어 격실 수색작업에 들어갔으며 4시간58분 만에 완벽하게 작전을 끝냈다.
청해부대는 선사 측이 똑같은 배의 구조를 찍은 영상을 보내와 마치 삼호주얼리호의 내부를 손바닥 보듯 자세히 인지한 상태에서 작전을 펼 수 있었다. 합참과 해작사는 UDT 대원들의 방탄헬멧에 달린 영상카메라(카이샷)를 통해 국내에서 작전 진행상황을 지켜보며 시시각각 명령을 전달했다. 간간이 통신이 끊어지기도 했지만 작전수행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해군 관계자는 “도상 훈련 때 예상했던 돌발사태가 다행히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합해군사령부의 찰떡 공조=바레인에 있는 연합해군사령부는 미 5함대가 지휘하고 있으며 대해적작전부대, 대테러작전부대. 대이란부대로 나눠져 있다. ‘아덴만의 여명’ 작전에는 대해적작전부대의 도움을 받았다.
18일 1차 구조작전 실패 후 우리 군에서 3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자 급파된 오만 함정은 헬기로 부상자들을 오만 병원으로 이송했다. 미군은 해적들의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정보를 전해 왔으며 해적 지원선의 움직임도 뒤쫓았다. 삼호주얼리호를 향하고 있는 지원선은 파나마 선적 상선으로 해적 9∼10명과 24명의 인질이 타고 있었다. 작전 당일 미군은 P-3C 초계기를 미리 이륙시켜 삼호주얼리호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했다. 미 함정은 작전개시 전 삼호주얼리호에서 100마일 떨어진 지점에 대기했다.
국내 언론의 엠바고(Embargo·일정시점까지 보도유예) 준수=군이 특히 신경을 많이 쓴 것은 작전계획의 사전노출이었다. 인질이 살해당할 위험이 컸고, 작전이 실패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언론은 군의 엠바고 요청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일부 신문은 작전계획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작전이 임박했다는 인상을 주는 기사를 써 빈축을 샀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