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리비아에 짓는 주택은 리비아 국민의 것” 발언에… 한국업체 공사현장에 현지인 잇단 습격
입력 2011-01-23 22:07
북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의 치안 불안으로 우리 교민과 근로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23일 건설업계와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14∼15일 리비아 트리폴리와 데르나 등의 한국 건설업체 공사현장이 현지 주민들에게 연달아 습격당했다. 일부 현장에선 건설 기자재 등 고가의 장비가 약탈됐고 주민들이 직원 숙소에 들어와 개인 소유품도 가져가는 등 450억원 상당의 직간접적 재산 피해를 입었고 부상자도 다수 발생했다. 한국 근로자 1명은 현지 주민에게 맞아 왼쪽 광대뼈가 함몰되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작업장의 한국인과 제3국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떨어진 다른 숙소로 피신했고 일부 현장은 아직까지도 공사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데르나와 트리폴리의 한국 업체 현장 외에 알베이다 지역의 중국 업체 시공현장 등에도 주민들이 난입했다.
현지주민들이 주택 공사 현장을 습격한 원인은 카다피 원수의 발언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열린 리비아 기초인민회의에서 카다피 원수가 주택정책과 관련, “리비아에서 건축되는 주택은 리비아 국민의 것이며 당신이 들어가 살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은 주민들에게 “먼저 들어가 차지하는 사람이 우선”이라는 의미로 왜곡돼 전파됐고 주민들은 집을 먼저 차지하려고 앞다퉈 주택 공사현장을 습격했다. 난입한 주민들은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공사 중인 아파트 내부에 이불이나 카펫을 깔고 눕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에 진출한 업체 관계자는 “부실한 주택공급 시스템과 지도자 발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시위사태도 알제리와 예멘, 요르단 등 인근 아랍권 국가들로 확산됨에 따라 정부는 현지 우리 교민들의 안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튀니지에 체류하던 우리 교민 220여명 중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원과 주재원 가족 등 비필수요원은 이미 출국하고 현재 100여명이 남아있는 상태다.
각국 주재 한국대사관은 교민들에게 가급적 외출과 출장을 삼갈 것을 공지하는 한편,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전세기를 통한 비상 철수계획을 마련했다. 외교통상부는 이미 지난 14일 튀니지 전역을 여행경보 2단계(여행자제)로 확대 지정한 바 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