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주얼리호 구출 성공] 죽음 불사한 군인정신… 당신들이 ‘아덴만 영웅’입니다

입력 2011-01-23 22:17


첫 작전서 선봉에 섰던 UDT요원 3명과 함장

교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맨 앞에 나선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군인 정신이며, 군인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적에게 피랍된 삼호주얼리호 선원 구출작전의 선봉에 섰고, 그 때문에 부상을 입은 3명의 군인이 있다. 해군특수전여단(UDT/SEAL) 소속 청해부대 검문검색팀의 안병주 소령과 김원인 상사, 그리고 천안함 사망 수병과 동명이인인 강준 하사. ‘아덴만의 영웅들’이라고 불러도 좋을 군인들이다. 여기에 최영함 함장인 조영주 대령의 이름을 추가해야 한다. 현장 지휘관으로서 1차 작전 실패의 부담감, 인질에 대한 해적의 위협 등 결코 쉽지 않은 조건 속에서 우리 군 창건 이후 첫 구출작전을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안 소령과 김 상사, 강 하사는 지난 18일 청해부대의 1차 구출작전에 투입됐다. 해적들의 동태를 감시하던 청해부대가 삼호주얼리호에서 하선하는 소형선박(해적 자선)을 발견한 게 오후 2시44분(이하 현지시간)이었다. 인근을 항해 중인 몽골 상선까지 납치하려고 해적들이 나선 것이다. 청해부대는 몽골 상선을 구하고 삼호주얼리호에서 이탈한 해적들을 제압하기 위해 작전을 개시했다. 링스(LYNX)헬기를 출격시키고, 검문검색팀이 탑승한 고속단정(RIB) 2척을 해상에 진입시켰다.

첫 교전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검문검색팀장인 안 소령은 가장 먼저 고속단정에 올랐다. 그는 파병 직전 동기생들과 가진 모임에서 “해적을 소탕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함정에 남아 있지 않고 현장에 나가 대원들을 지휘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상사는 링스헬기에 탑승한 저격병이었다. 몸짱으로 부대에서 ‘람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는 그는 저격의 베테랑이었다. 2007년 부사관으로 임관한 강 하사는 생후 2주일 된 딸을 두고 소말리아로 왔다. 그도 안 소령을 따라 고속단정에 탔다.

오후 2시51분, 링스는 소형선박에 탑승하고 있던 해적들이 삼호주얼리호로 다시 합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위협사격을 가했다. 30분쯤 지나서 해적들이 백기를 들어 투항의사를 밝혔고, 최영함과 고속단정에 탑승한 검문검색팀은 삼호주얼리호에 접근을 시도했다. 그런데 갑자기 해적들이 링스와 고속단정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세 사람이 파편에 상처를 입었다.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첫 작전에서 이들이 보여준 담대한 용기는 2차 작전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해군 관계자는 23일 “망설임 없는 이들의 용기와 투혼은 해적들에게는 청해부대가 공격할 수 있다는 심리적 불안감을 심어줬고, 청해부대 대원들에게는 단결의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오만의 한 병원에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는 이들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함장은 1차 작전의 실패에도 위축되지 않고 과감하게 2차 작전을 지휘해 성공시켰다. 삼호주얼리호를 오만으로 호송 중인 그는 국방부 출입기자단과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부대원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반드시 구출하겠다는 위국헌신의 군인정신을 발휘했다”고 밝혔다.

조 함장은 또 “현장지휘관으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했던 것은 우리 선원의 안전이었다”면서 “군사작전 의도를 알게 되면 해적이 선원들을 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3일 전부터 최영함과 링스헬기, 고속단정이 근접했다 물러서기를 반복하며 기만작전을 폈다”고 설명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