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시대 열리다-⑤ 차이메리카의 인권·군사] 美中同舟 ‘윈윈게임’ 인권 문제 뒤로 밀려

입력 2011-01-23 17:22


차이메리카(China+America)시대 미국과 중국(G2)의 담판은 싱거웠다. 상호협력, 윈윈에 초점이 맞춰진 회담에서 인권과 군사 분야 등 민감한 문제는 미봉 상태로 넘어갔다. 새로운 10년을 위해 한 배(同舟)를 타면서 ‘구동존이(求同存異: 공통이익을 추구하되 차이를 남겨둠)’ 논리에 밀려난 셈이다.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이들 문제는 향후 양국 관계의 ‘아킬레스건’이 될 전망이다.

◇생색만 낸 인권 분야=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이번 국빈 방미에서 핵심 현안 중 하나가 인권 문제였다. 성과는 거의 없었다. ‘인권 수호자’를 자처해온 미국은 생색내기에 그쳤고, 중국은 무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 주석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인권에 대한 양국 간 견해차를 인정했다. 미국은 ‘인권증진과 민주주의가 외교정책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중국은 ‘어느 나라의 내정간섭도 안 된다’고 적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지만 현재 수감 중인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를 거론조차 안 해 국제사회를 실망시켰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오바마)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류샤오보)를 투옥한 사람(후진타오)을 초대해 국빈만찬을 베풀었다’는 비난도 나왔다. 정상회담 다음날인 20일 미 상·하원 지도부가 후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인권 실태를 문제 삼고 우려를 제기했다. 하지만 후 주석은 별 반응이 없었다.

후 주석이 공동 기자회견에서 “인권과 관련해 더 많은 일을 해내야 한다”고 말한 걸 성과라고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후 주석은 인권 문제에 대해 중국이 더 잘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세계에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인권 개선은 요원해 보인다. 후 주석 방미기간 중국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인권운동가의 가택연금을 강화했고, 보도 검열·통제도 실시했다. 중국 내에서 방송되는 미국 CNN, 영국 BBC 등은 후 주석의 인권 관련 발언 당시 갑자기 화면이 먹통이 됐다.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도 인권 관련 내용을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협력만 강조한 군사 분야 등=후 주석 방미를 앞두고 중국은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젠(殲)-20’과 신형 스텔스 미사일 고속정(220t급)을 공개하는 등 미국에 무력시위를 벌였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지난해 하반기엔 미 핵 항모의 동해 출현에 중국이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따라서 미·중 정상회담에서 군사력 분야가 주요 쟁점 분야가 될 거란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양국은 이 분야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태평양 및 동아시아 패권을 놓고 미·중이 정면대결 양상을 보일 경우 실(失)이 더 많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후 주석이 20일 미국 기업인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 안정, 번영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이 지역은 미·중이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긴밀히 협력해야 할 중요한 지역으로 바뀌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양국은 이밖에 핵무기 및 대량살상 무기와 전달수단의 확산 방지, 핵 안보 강화에 협력하고, 기후변화회의에서도 긴밀히 협의해 대처키로 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