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바람, 140자면 충분해… 개그맨들 트위터 활용한 ‘인터넷 코미디’ 인기

입력 2011-01-23 14:01


트위터에 ‘개그 바람’이 불고 있다. 개그맨들이 트위터를 통해 자신만의 코미디를 구사하면서 인터넷용 코미디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다. 주로 센스있는 어록, 일상 에피소드가 80자 이내로 표현되는데 여느 개그 프로그램 못지않은 재미를 준다. 그동안 TV 프로그램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활동해 온 개그맨들이 트위터를 통해 자신만의 개그를 펼쳐보이고 있다는 평이다.

현재 남희석 박지선 김병만 윤형빈 등 50여 개그맨들이 트위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이는 개그우먼 박지선이다. 그의 트위터(@gagjidol)는 ‘엄마와의 소소한 일상’을 주로 들려준다. 다소 무던하고 엉뚱한 엄마의 이야기를 140자 내로 풀어내는데, 그 표현이 반어적이고 재치있어 네티즌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엄마한테 내방이 너무 춥다고 했더니 저 가습기 때문이라면서 가습기를 가져갔다 이제 춥고, 건조하기까지하다 부라보 짝짝짝 참 잘해쪄요”

“친구가 골라줘서 큰맘먹고 겨울코트를 하나 구입했다 엄마가 이거 개콘소품이냐고 물어봤따 친구한테 절교문자를 보내야겠다 엄마 고마워요”

박지선이 트위터에 올리는 ‘엄마와의 소소한 일상’이 재미있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그의 트위터 팔로워는 급격하게 늘어 현재 13만7311명에 달한다.

남희석 트위터(Brlove12)는 팬들과 실시간 소통하는 개그를 선보인다. 그는 실시간으로 팬들의 트윗에 멘션을 남겨주는데,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남본좌(남희석)님 트윗보다 빵 터졌어요’라는 팬에게 ‘옆 사람도 터질라’라고 재빨리 답글을 단다. 또 황당한 질문을 올려 팬들로부터 답변을 받으면서 웃긴 이야기를 주고 받기도 한다.

“1. 해병대서 평생 사는 현빈 부인 2. 전당포에서 평생, 가끔 손에 피 묻고 들어오는 원빈 부인 3. 재산 300억(처가집 기부예정) 요리취미, 설겆이 특기, 유머있고 정력좋은 남희석 부인. 이 셋 중에 당신이 누구로 태어나고 싶으세요?”라고 ‘이벤트 질문’을 여는 것이다.

그 외에도 엽기 사진을 올리는 개그맨 김경진, 스스로를 낙지라고 자처하는 개그맨 윤석주의 트위터도 인기다.

개그맨들은 트위터를 통해 새로운 개그를 실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남희석은 “내 트위터에 질문을 해주는 팬들에게 140자 이내의 답을 해야하니 순발력을 늘리는 데 도움이 돼 다른 개그맨들에게도 적극 권한다”고 말했다.

최대웅 KBS 2TV ‘개그스타’ 작가는 “조리있게 말하거나 요즘 성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고, 예능 쪽은 방청객의 반응을 바로 알아야하는데 트위터는 바로 피드백이 오기 때문에 개그맨들이 트렌드 파악하는 것에도 유용하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