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 그레이엄 목사의 ‘노년 예찬’ “노년 또한 그분의 계획된 선물”

입력 2011-01-23 17:14


“노년 또한 내 생애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하나님의 선물임을 감사하고 있습니다.”

올해 92세가 된 세계적인 복음전도자 빌리 그레이엄(사진) 목사의 ‘노년 예찬’이다. 최근 미국의 기독교 잡지 ‘크리스채너티 투데이’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레이엄은 지난 2006년 마지막 공개 설교 이후 노스 캐롤라이나의 몬트리어트 산속의 집에서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70년간 전 세계 125개국 2억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확신에 찬 목소리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했던 그는 지금 듣는 것과 보는 것조차 힘겨울 정도로 노쇠해졌다.

하지만 그레이엄은 “나이 든다는 것은 두려운 게 아니라 좋은 것”이라며 “생명과 장수는 성경에서 말하듯 하나님의 선물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나는 이제 하늘나라에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안다”며 “나는 그날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로한 부모를 둔 자녀들을 향해서도 그는 “당신이나 부모나 언젠가는 반드시 노년을 맞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그것은 당신에게 많은 책임을 부과할 것이다. 그럼에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년의 부모를 위해 그들의 입장에 서서 기도하고 필요를 채워야 할 것도 조언했다.

과거에 대한 회한도 밝혔다. 그는 “만약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면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하는 데, 공부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설교하는 데에는 시간을 덜 낼 것”이라며 “지금 생각하면 불필요했던 결혼식이나 장례식, 건물 봉헌예배 설교 일정까지 잡으면서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의 깊은 교분으로도 유명하다. 트루먼 대통령부터 시작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지난달 만난 오바마 대통령까지 역대 모든 대통령들과 개인적 만남이나 기도모임을 가져왔다. 그레이엄은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정치와는 전혀 무관한 쪽을 택할 것”이라며 “고위직 인사들과의 만남도 필요가 있긴 하지만 때때로 난 (정치와 신앙의) 경계선을 넘었었다.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