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예수는 누구인가
입력 2011-01-23 16:57
(30) 비겁한 사람들
“무서운 것은 많다. 그러나 사람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기술과 지식을 지닌 인간은 갖은 희망을 추구하면서 때로 사악해지고, 때로 고상해진다.” 희랍의 철학자며 작가인 소포클레스, 그의 작품 ‘안티고네’에 등장하는 합창단이 노래하는 내용이다.
예수님은 당신의 길 마지막에서 여러 인간 군상과 부딪힌다. 마가복음 11장을 읽으면서 대학교 철학 강의 시간에 들었던 소포클레스의 문장이 생각났다. 사람이 희망이다. 동시에 사람이 절망이기도 하다. 다른 게 아니라 사람이 무섭다.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들어가 일주간 정도를 보낸 것으로 본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활동하신다. 사복음서의 기록이 치밀하지 않고 서로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지만, 예수님이 여러 날 활동하셨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중 하루, 예수님은 다시 성전에 들어가신다. 마가복음 11장 27∼28절이 이렇다. “그들이 다시 예루살렘에 들어가시니라. 예수께서 성전에서 거니실 때에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과 장로들이 나아와 이르되 무슨 권위로 이런 일을 하느냐, 누가 이런 일할 권위를 주었느냐?”
이 내용에 두 가지 중요한 사항이 있다. 하나는 예수님을 공격하는 사람들이 누구냐 하는 것이다. 당시 유대 사회의 최고 권력을 가진 지도층이 모두 하나가 되어 예수를 공격하고 있다. 대제사장들은 성전 제사를 주관하는 사두개인 곧 혈통적인 귀족 집단이다. 서기관들은 율법 해석을 쥐고 있는 바리새인으로서 주로 평민 출신의 종교 귀족이다. 장로들은 현실 권력을 가진 정치 귀족이다. 이 세 계층이 모여 산헤드린이라는 통치 회의를 구성한다.
이 사람들이 지금 권위에 대해 묻는다는 게 또 중요한 점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신앙 해석과 집행, 민족의 통치에서 공식적인 권위를 가진 집단이다. 반면 예수는 전통적인 율법 교육을 받지 않았고 제사 제도의 주관자도 아니고 정치권력도 없다. 이들의 공격은 간단하게 말하면 이런 것이다. ‘자격도 없는 주제에, 자격증도 없는 게….’
예수님이 이들에게 반문한다. “나도 한 가지 묻겠다. 너희가 대답하면 나도 대답하겠다. 세례 요한이 준 세례가 하늘에서 온 것이냐, 사람에게서 온 것이냐?” 이들이 의논한다. 참 불편한 질문이다. 하늘에서 왔다고 하면 왜 요한을 믿지 않았느냐 할 것이고, 사람에게서 왔다고 하면 지금 주변에 있는 군중이 분노할 테니까. 이들이 빠져나가느라 대답하는 게 이렇다. “모른다.” 예수님도 이렇게 말한다. “나도 대답하지 않겠다.”
예수님의 심정이 서글프다. 대제사장, 서기관, 장로는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이다. 지도자가 지도자답지 못하면 시대가 어려워진다. 위대한 시대는 위대한 지도자가 살았던 때다. 지금 이들은 얼마나 비겁한가! 이들의 기준은 사람들이 어떻게 보느냐 하는 데 있다. 요즘 말로 하면 여론이나 언론에 신경 쓰는 것이다. 적어도 신앙의 지도자라면 하나님이 어떻게 보시느냐 하는 게 중심축이 돼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러고도 지도자인가, 그러면서 어떻게 예배를 집례하는가, 그러면서 어떻게 하나님 말씀을 해석하고 가르치는가, 그러면서 어떻게 신앙 공동체를 이끌어갈 수 있단 말인가! 신앙인이 신앙인답지 못하던 시대는 지도자들이 비겁하던 때였다. 신학을 공부한 선배가 한국교회를 얘기할 때면 언어와 심정이 절절해지는 걸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수의 언어가 더 정곡을 찔러간다. 또 하루가 간다.
지형은 목사 <성락성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