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에 오르겔 ‘千年 음색’ 한국 교회음악 새장을 연다
입력 2011-01-23 16:54
한국인 최초 오르겔 마이스터 홍성훈 집사
홍성훈(52·새사람교회 집사) 오르겔 바우(파이프오르간 제작) 대표가 오는 27일 오후 7시 경기도 양평 국수교회(김일현 목사)에서 자신이 5년여를 혼신을 다해 제작한 5대의 ‘트루에 오르겔’(Truhe Orgel)을 한꺼번에 연주하는 이색 콘서트를 갖는다. 인근 주민들을 초청해 열리는 이번 콘서트에는 국내 정상급 오르가니스트 10여명이 출연, 헨델 바흐 모차르트 클라이슬러의 곡들을 연주할 예정이다.
홍 대표는 1997년 한국인 최초로 오르겔 제작 분야에서 10여년의 독일 연수 끝에 ‘마이스터’ 칭호를 받았다. 그는 원래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탈춤 전수자, 대금 전수자 등 다채로운 이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클래식 기타를 배우기 위해 독일로 간 것이 오르겔 제작에 투신하게 된 계기다. 그는 10여년 전 귀국해 한국형 오르겔들을 제작해 왔다. ‘성공회주교좌성당 성요한성당’ ‘봉천제일교회’ ‘아름다운 동산교회’ ‘예수로교회’ ‘천주교 논현2동 성당’ ‘천주교 임동주교좌성당’ ‘구로아트밸리 콘서트홀’ ‘선한사마리아교회’ ‘트루에오르겔’ ‘새사람교회’까지. 1000여년 동안 유럽의 전통적이고 전형적인 악기의 위치를 지켜 온 오르겔을 이 땅에서 만들면서 때론 설레었다고 한다.
“오르겔 제작에 투신한 지 벌써 25년이 됐습니다. 그만두고도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생각하며 오르겔 제작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서양악기인 오르겔에 피리소리, 종소리 등 한국의 전통 소리를 담고 있다. 가야금, 해금 등 고유의 소리를 찾는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언젠가 세종대왕의 ‘수제천’을 들으며 오르겔로 이 음악을 연주한다면…’하는 생각이 솟구쳐 주체하지 못한 적이 있습니다. 생황 대금 퉁소 아쟁 해금 나발 태평소 등 우리가 다가서기에 거리낌이 없는 그 정겨운 소리들로 오르겔 통속을 가득 채운다면….”
홍씨는 경기도 양평의 스튜디오에서 한국적인 오르겔 문화를 펼쳐 보이고 후학들도 양성할 계획이다. “오르겔이 예배음악에 사용되는 만큼 이 모든 작업의 시작과 끝이 예배이자 기도입니다. 이만큼 귀한 직업도, 의미 있는 선교도 없어요.”
그는 “우리의 철학을 갖고 우리 손으로 한국 땅에서 만들어지는 이 악기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없는 독창적인 문화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그것을 위해 오늘도 저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국교회의 예배 음악에 쓰일 오르겔을 제작하고 있다”고 간증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