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만 스쳐도 통증이… 과도한 음주 삼가세요
입력 2011-01-23 16:36
겨울철 중풍·통풍 예방법
한파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기상청은 이번 주에도 추위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한사(寒邪)가 우리 몸에 침범, 병을 유발하기 쉬워 주의가 필요한 때다. 한사란 차가운 바람을 동반한 나쁜 기운을 가리키는 한의학 용어다. 보통 호흡기와 심·뇌혈관, 심지어 구강 및 안면신경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병명에 바람 풍(風)자가 들어가 속칭 2대 풍병(風炳)이라고 할 수 있는 중풍(中風)과 통풍(痛風) 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중풍(뇌졸중):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발생=한방에서 몸에 찬 바람이 들어 움직임이 바르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로 풀이하는 병.
중풍은 크게 뇌출혈과 뇌경색증으로 구분된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울 때 특히 중풍 발병을 경계해야 하는 사람은 고혈압과 고지혈증 환자들이다. 갑자기 추위에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돼 혈압을 급상승시키고, 뇌혈관이 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질 때 생기는 출혈성 중풍 ‘뇌출혈’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뇌경색증은 이와 반대로 피돌기를 따라 떠돌던 피 찌꺼기가 뇌혈관을 막아서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이로 인해 혈액을 공급받지 못하는 허혈성 중풍을 가리킨다. 이 역시 날씨가 추운 겨울철에 많이 발생한다.
어느 경우든 신속한 응급처치를 필요로 한다. 뇌출혈은 뇌 속에 피가 고이면서 혈종을 형성하고 뇌압을 올리기 때문에, 뇌경색증은 혈액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뇌세포가 각각 급격히 손상된다. 한 번 손상된 뇌세포는 재생되지 않는다.
따라서 중풍은 발병 뒤 초기 3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때 응급처치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해지거나 언어 및 사지 운동장애가 후유증으로 남기 쉽다. 뇌출혈은 출혈 부위를 가능한 한 빨리 지혈시키고 수술을 통해 혈종을 제거하는 방법, 뇌경색증은 혈전용해제로 혈액순환을 가로막는 피 찌꺼기를 제거하거나 수술로 우회로를 만들어주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광동한방병원 뇌기능센터 문병하 원장은 “겨울철 한사에 의한 중풍을 예방하려면 추운 날 보온에 유의하며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기름진 육류나 가공식품보다는 자연식품인 야채와 과일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고혈압, 고지혈증 환자들은 꾸준한 운동을 통해 정상 체중 및 혈압, 적정 콜레스테롤 농도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통풍: 요산이 관절에 쌓여 염증 발생=통풍은 바람만 스쳐도 아픔을 느낄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병명이다.
한방에선 이 역시 한사가 침범해 인체의 자정작용을 방해했을 때 생기는 것으로 풀이한다. 하지만 현대 의학은 우리가 일상생활 중 섭취하는 음식물 대사과정에서 요산으로 변한 요소가 소변을 통해 배출되지 못하고 비정상적으로 관절 마디에 쌓였을 때 나타나나는 관절염의 일종으로 설명한다.
통풍이 생기면 관절이 퉁퉁 부어오르면서 열이 나 벌겋게 달아오른다. 주로 엄지발가락 쪽에 생기고, 이 경우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통증이 수반된다. 이른바 ‘통풍 발작’이다. 이렇듯 말 그대로 바람만 스쳐도 극심한 통증 발작이 일어나는 것은 요산이 날카로운 유리 조각 모양의 결정 상태로 축적돼 움직일 때마다 주위 조직을 찌르기 때문이다.
통풍 발작을 부추기는 가장 흔한 원인은 과도한 음주 행위다.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젖산 분비가 많아져 고요산혈증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실제 통풍 환자의 90% 이상은 과음 및 폭음 습관을 가진 애주가다.
류우마네트워크 민도준내과 민도준 원장은 “초기엔 식생활습관 개선 및 염증치료와 발작 부위에 요산 결정을 녹이는 약물을 직접 주사하는 방법으로 치료 한다”며 “통증 발작을 경험한 사람은 기름진 음식과 요산이 높은 식품, 특히 맥주(폭탄주 포함)를 마시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