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 때문에… 치질 환자들 ‘부쩍’
입력 2011-01-23 16:36
더러워서 생긴 병이라는 오해와 항문에 생긴 병이라는 부끄러움 때문에 차일피일 치료를 미루던 치질 환자들이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항문질환 전문 구원창문외과 이선호 원장은 23일 “올해 들어 연일 계속되는 혹한과 함께 도진 항문 통증 때문에 병원을 찾는 치질 환자들이 크게 늘어났다”고 전했다. 최근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강추위가 치질 증상을 악화시키는 방아쇠 역할을 해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우리 몸은 체온 36.5도에서 0.5도만 떨어져도 비상사태를 선포한다. 체내에서 만들어진 열에너지는 혈관과 피부를 통해 발산해 체온을 조절한다. 이때 추위를 느끼면 교감신경의 작용으로 혈관이 수축되고, 혈류가 줄어든다. 항문도 예외가 아니다. 기온이 떨어지면 모세혈관이 수축되고 혈액순환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속칭 치질은 이런 항문에 생기는 치핵을 가리키는 용어다.
항문은 소화기관의 마지막 출구로 변을 피부손상 없이 내보내기 위해 혈관덩어리로 된 큰 쿠션 3개와 작은 쿠션들로 이루어져 있다. 치핵은 이 쿠션이 손상된 피부로 밀려나와 부풀어 오르는 현상으로, 증상에 따라 4기로 나뉜다.
1기는 변을 볼 때 어쩌다 한 번씩 피가 화장지에 묻거나 변에 묻어 나오는 경우를 말한다. 2기는 변을 볼 때 치핵이 항문 밖으로 나왔다가 배변이 끝나면 저절로 들어가는 경우, 3기는 배변 시 치핵이 항문 밖으로 나와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가는 경우다. 4기는 배변 후 항문 밖으로 탈출한 치핵이 손으로 밀어 넣어도 들어가지 않는 경우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1기와 2기의 경우 알타(ALTA) 주사요법이나 환상고무결찰술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치핵 덩어리가 크고 배변 후 밀어 넣어야 하는 3기 이상의 경우엔 수술을 통해 제거해야 한다.
알타 주사요법은 황산알루미늄칼륨과 탄닌산을 주 성분으로 만든 주사제로 치핵을 녹이는 치료법이다. 시술이 매우 간편하면서 통증과 출혈이 없고, 시술 후 곧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이 원장은 “겨울철에는 항문 주위 혈관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기 위해 따뜻한 물로 하루 두세 차례 좌욕을 하는 것이 치질 예방을 위해 좋다”며 “추운 날 한 자세로 오래 앉아있는 행위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