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그레이엄 목사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설교보다는 가족과 많은 시간을..."

입력 2011-01-23 16:09

“만약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면 불필요한 설교보다는 가족과 함께하는 데 시간을 더 보낼 것입니다.”

세계적인 복음 전도자 빌리 그레이엄(92) 목사가 최근 미국의 기독교 잡지 ‘크리스채너티 투데이’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는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뭔가 다르게 할 것인가?’란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말도 했다. 반면 “설교하는 데는 시간을 덜 낼 것”이라며 “지금 생각하면 불필요한 결혼식이나 장례식, 건물 봉헌예배설교 일정까지 잡으면서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복음전도자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은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의 깊은 교분으로 유명하다. 1950년대 초반 트루먼 대통령부터 시작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지난달 만난 오바마 대통령까지 역대 모든 대통령들과 개인적 만남이나 기도모임을 가져왔다. 그레이엄 목사는 이에 대해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정치와는 전혀 무관한 쪽을 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권력을 가진 사람들도 개인적이고 영적인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때때로 난 (정치와 신앙의) 경계선을 넘었었다.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의 복음주의에 대해서도 입장을 피력했다. 그레이엄 목사는 “지난 반세기 이래 전세계에서 복음주의가 다시 부활하고 있는 것을 감사드린다”면서도 “성공은 항상 위험하다. 깨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복음주의 자체의 확산에 만족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리스도를 위해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아니면 세계가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도록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전세계로 가서 복음을 전하라는 그리스도의 명령을 최우선에 둘 것인지, 아니면 점점 우리(복음주의, 교회) 자신에게 방향을 돌려 교회 내부의 일이나 교회끼리의 논쟁에 치우칠 것인가를 결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레이엄 목사는 “우리 시대의 중심 이슈는 정치나 경제, 사회문제가 아니라 도덕적·영적 문제”라며 “우리는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고 따르지 않는 세계에 그분의 용서와 능력을 선포하도록 부르심을 받았다. 결코 이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레이엄 목사는 지난 2006년 마지막 공개 설교 이후 노스 캐롤라이나의 몬트리어트 산속의 집에서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지난 70년간 전세계 125개국 2억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설교를 통해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