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불량성빈혈’ 희망 보인다
입력 2011-01-23 16:41
이종욱 교수팀, 철분 조절 ‘먹는약’ 임상효과 첫 확인
재생불량성빈혈 환자들의 투병 생활은 흔히 ‘양날의 칼’을 잡고 싸우는 형국으로 비유된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선 수혈로 모자라는 적혈구와 혈소판을 보충해야 하는데, 수혈은 과잉 철분 축적이란 또 다른 복병을 자초하는 결과를 낳게 되기 때문이다. 체내에 철분이 지나치게 많이 쌓이면 간경변증 심부전 당뇨 등의 합병증을 얻게 된다.
그렇다고 수혈을 안 할 수는 없는 법. 피 생산 능력이 부족한 재생불량성빈혈 환자들은 일단 출혈을 일으키면 지혈이 잘 안돼 생명이 위험해지게 된다. 따라서 수혈로 인한 철분 중독 부작용 위험을 줄이는 게 매우 중요하다.
서울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종욱(사진) 교수팀은 생명 유지를 위해 반복 수혈이 필요한 재생불량성빈혈 환자들의 이런 위험을 알약 하나로 간단히 벗어나는 방법을 찾았다고 23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혈액분야 최고 권위지인 ‘블러드(Blood)’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 교수팀은 2007년부터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수혈에 의한 철분 과잉 축적이 의심되는 재생불량성빈혈 환자 116명을 대상으로 디페라시록스(deferasirox) 성분의 경구용 철분제거제를 1년간 복용시키고 추적 관찰했다. 정맥주사 또는 피하주사로 철분제거 약물을 투약하는 기존의 치료법은 환자들이 주사 시 아프고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하는 등의 불편이 따랐기 때문이다.
이 교수팀은 수혈의 빈도에 따라 조사 대상 환자들에게 디페라시록스제제를 하루 10∼30㎎/㎏씩 먹도록 한 뒤 3개월마다 체내에 축적돼 있는 철분이 어느 정도(혈청 페리틴 수치)인지를 측정했다. 그 결과 치료 전 3254ng/㎖ 수준이었던 혈철 페리틴 수치가 디페라시록스제제 복용 1년 만에 정상치 범위인 1854ng/㎖로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