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인터뷰 “세계로 가는 서울시향 전용홀 날개 달아야죠”

입력 2011-01-23 22:40


정명훈(58) 예술감독이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지난해 클래식 분야에서 가장 돋보이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말러 전곡 연주 시리즈는 매회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말러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이탈리아, 독일, 체코, 러시아 등 유럽 4개국에서 9차례 공연을 하며 인상적인 평가를 받았다. 2005년 서울시향 예술감독으로 취임하면서 “5년 내에 아시아 정상권, 10년 내에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만들겠다”고 했던 정 예술감독의 약속은 가시화 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20일 서울시향 예술감독실에서 만난 정 예술감독은 서울시향의 현재 위치에 대해 “일본 정상급 오케스트라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평가했다. 성공적으로 진행 중인 말러 시리즈는 단원들을 성장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시작하기 전에는 너무 이르지 않을까하는 고민도 했는데 하고 나니 제가 생각한 거 보다 훨씬 잘했습니다. 더 중요한 건 우리가 발전하는데 굉장한 도움이 됐다는 거예요. 말러를 연주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서울시향은 지난해 말러 교향곡 1번과 2번 녹음을 마쳤고 유명 클래식 음반사인 도이치그라모폰에서 앨범을 낼 예정이다. 정 예술감독은 “아시아에 잘하는 오케스트라가 많았지만 도이치그라모폰을 통해 음반을 내는 경우는 없었다. 앞으로 더 잘할 거라는 믿음 때문에 가능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해외 공연도 점점 박차를 가한다. 올해 5월에는 일본 도쿄 산토리홀, 오사카 심포니홀, 도야마 오바드홀 등에서 공연을 한다. 정 예술감독은 “일본은 매년 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로얄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의 전용홀에서 진행되는 네덜란드 로베코 페스티벌, 오스트리아 그라페네크 페스티벌,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페스티벌, 독일 브레멘 페스티벌 등에서 연주를 할 예정이다. “숫자는 지난해보다 많지 않지만 더 중요한 공연”이라고 정 예술감독은 설명했다.

그는 서울시향의 미래에 대해 “솔직히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어떤 아이가 바이올린을 시작한다고 하면 처음 5년은 좋은 악기가 필요 없어요. 적당한 악기로 기초를 배우면 되죠. 하지만 연주자의 길을 들어서려면 좋은 악기가 필요합니다. 서울시향은 지금 그런 상태입니다.”

노들섬에 조성 예정이던 서울시향 전용홀은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힘겨루기 때문에 앞날이 불투명한 상태다. 정 예술감독은 “지금 사용하는 연습실에서 연습하는 것과 예술의전당 무대에서 연습하는 건 완전히 다르다. 공연장이 오케스트라의 악기가 되기 때문이다. 잘하는 오케스트라는 좋든 나쁘든 자기 홀이 있는데 우리는 아직 그게 없다”면서 “정치적인 입장을 떠나 우리 국민을 위해서는 서울시향같은 오케스트라가 필요하다는 걸 인식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정 예술감독은 “훌륭한 음악가들이 보여준 인상적인 몇 마디는 평생 잊히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나에게는 오리지널이라는 게 없다. 여기저기서 몇 마디를 가져다 요리를 해서 내 것으로 만든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이런 개인적인 경험을 서울시향에 접목 중이다. “제 경험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서울시향에서 막 요리하고 있는 중입니다. 보통 동양 오케스트라는 조심스럽고 잘 맞추지만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서울시향은 그 이상으로 터뜨리는 힘이 있는 오케스트라가 될 겁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