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바울 (1) 종교의 나라에 ‘진정한 믿음’ 심는다
입력 2011-01-23 17:06
나는 인도 북부 지역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다. 뉴델리 중심부에 위치한 ‘니잠무딘’이란 지역에서 교회 개척과 개발 사역을 펼치고 있다. 니잠무딘은 이슬람 신비주의 분파인 수피 무슬림 공동체가 모여 있는 곳이다.
2000년 3월, 인도에 첫발을 디딜 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곳이 미전도 지역이라는 것을 잘 몰랐다. 인도는 힌두교의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무슬림도 1억8000만명이나 살고 있는 국가다. 이들은 세계 선교 역사에서 잊혀진 사람들이다.
1947년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인도에 살던 무슬림은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로 편입됐다. 그러나 북인도 무슬림은 조상 때부터 살아온 땅에서 떠날 수 없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소수 약자로 전락했다.
니잠무딘은 13세기경 무슬림이 인도에 들어올 때 정착했던 수피 성자(聖者), 니잠무딘 아울리야라는 사람에 의해 시작된 공동체 마을이다. 지난 800년 동안 외래 종교에 한 번도 노출된 적이 없었다. 자연히 선교사들의 발길이 미치지 못했던 변방이었다.
인도 선교사로 오기 전 1999년 이곳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인구 20만명 정도가 살고 있었고 주민의 98%가 무슬림이었다. 기독교인은 한 명도 발견할 수 없었고 극소수의 힌두교인이 함께 살았다. 그때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복음의 갈증 같은 것을 느꼈다.
인도는 내게 특별한 곳이다. 13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선교사가 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침례교 선교사들이 많았고 선배 한 명이 신학교 활동을 하자고 요청했다.
인도 여행은 충격 그 자체였다. 콜카타에 가기 위해 공항에 도착했는데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나는 ‘욱’ 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습한 더위와 냄새가 덮쳤기 때문이다. 견딜 수가 없었다. 특히 역한 냄새는 내 생애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었던 것으로 여행 내내 나를 괴롭혔다. ‘이곳은 정말 올 곳이 못 된다’고 생각하며 다녔다. 4일째 되는 날 콜카타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세람포르라는 지역을 방문했다. 현대 선교의 창시자 윌리엄 캐리 선교사가 200년 전 사역했던 장소이자 그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나는 거기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그의 무덤 주변을 돌아보면서 200년 전 이곳에 도착한 그의 삶을 상상해봤다. 영국인으로서 이곳에 와 사역을 하면서 더 심했을 냄새를 맡았을 것이고 더위도 심했을 것이다. 풍토병의 위험과 원주민의 방해에도 복음을 전하며 다녔을 그를 생각하니 창피했다.
그에 비해 나는 너무 사치스런 생활을 했다. 온갖 문명 혜택을 받으면서도 덥고 냄새나고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오지 않겠다고 했으니 부끄러웠다. 캐리 선교사의 묘지 앞에서 많이 울었다. 그리고 하나님께 용서를 빌었다.
“주님! 제가 이곳에 오겠습니다. 윌리엄 캐리 선교사님이 이루지 못했던 사역을 부족한 사람을 통하여 이루어 주십시오.”
이후 열흘을 더 북인도 지방을 여행했고 북인도 선교 상황 등을 살펴볼 수 있었다. 열악한 환경은 더 이상 방해가 되지 않았다. 수많은 주민이 예수를 모르고 죽어 가고 있다는 경악스런 현실 앞에 하루하루 눈물을 흘렸다.
‘그들을 위해 내 생명을 드리자.’
나는 어떠한 악조건과 상황이라도 하나님께서 함께하신다면 능히 감당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김바울은=1961년 부산 출생으로 침례교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2000년부터 인도 선교사로 활동 중이다. 교회개척 사역과 지역사회 개발, 문명퇴치운동, 어린이 개발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