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 발휘한 선장…배 지그재그로 물아 작전 시간 벌고 내부정부 알려줘
입력 2011-01-21 21:20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 성공에는 선장 석해균(58)씨의 숨은 활약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삼호해운과 군 당국에 따르면 피랍 직후부터 구출 때까지 삼호주얼리호의 운항을 맡은 석씨는 해적들의 엄중한 감시 속에서 배를 지그재그로 움직이거나 남쪽으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에서 북쪽으로 가는 등 배가 소말리아 해역으로 가까이 가는 것을 저지했다.
삼호주얼리호는 석씨의 기지로 최대한 오랫동안 공해상에 머물러 청해부대가 작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실제 우리 군의 18일 1차 진입 작전 당시 소말리아 연안으로부터 700여 해리 떨어진 해상에 있던 삼호주얼리호는 다음날에는 오히려 소말리아 연안에서 900여 해리 떨어진 해상에 있었다. 1차 진입 작전이 무위에 그친 뒤 석씨가 북쪽의 오만을 향해 배를 몰았기 때문이다. 석씨는 1차 진입 작전 당시에도 “조타실에 이상이 있다”고 해적을 속이고 배를 정선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석씨는 또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해 피랍 선박 상황을 자세히 전달해 군이 작전을 짜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우리 구축함인 최영함과 교신하면서 소말리아 해적들이 어리고 경험이 적은 것 같다는 소식을 전달했고, 1차 구조작전 실패 후에는 해적들이 우리 해군의 위협사격에 불안해하고 투항하라는 우리 측의 방송에 지친 모습을 보였다는 귀중한 정보를 전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석 선장이 해적의 명령에 따라 영어로 해운사 측과 통화를 하면서도 중간 중간 우리말로 당시 상황을 전달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석씨는 우리 해군 특수전여단 요원들이 선박에 진입할 때 벌어진 교전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 석씨는 곧바로 대기 중이던 미군 헬기편으로 인근 국가의 병원으로 후송됐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부산 장전1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석씨의 이웃주민 김모(56)씨는 “석 선장이 가족은 물론 이웃 주민들을 끔찍이 생각하는 등 모든 일에 책임감이 강했다”며 “결국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많은 선원을 구출하는 데 앞장선 것 같다”고 평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석씨는 말없이 모든 일을 솔선수범 한다”며 “이 때문에 동료들로부터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