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도 충청·호남 ‘과학벨트’ 싸움
입력 2011-01-21 18:26
민주당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의원총회를 통해 ‘과학벨트는 충청권’이라는 당론을 채택했지만, 광주를 필두로 호남권이 유치 경쟁에 뛰어들면서 지역 간 갈등이 표출되는 양상이다. 충청권에서는 “당론이 바뀌면 분당하겠다”는 격한 반응도 나온다.
손학규 대표 등 지도부는 21일 광주를 방문해 강운태 광주광역시장과 당·정책협의를 가졌다. 과학벨트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커지는 것을 막고 호남권 민심을 다독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손 대표는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되나 원칙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약속을 파기해 문제가 꼬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초 약속대로 충청권에 과학벨트를 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정부가 선정방식을 사실상 공모제로 바꾸면서 당내에 불똥이 튄 것에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전북 출신인 정세균 최고위원도 “경우에 따라서 집안싸움까지 일어나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강 시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수도권, 충청권, 영남권과 비교해 보면 호남권은 아무것도 없다”며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과학벨트가 호남권에 유치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호남권 의원들은 지난달 의총 당시 지역 의원들이 대거 빠지는 등 당론채택 과정에 문제가 있고, 선정 절차가 바뀐 만큼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론을 따르는 것이 순리지만 지자체가 과학벨트 유치에 뛰어들다보니 입장이 난처해진 경우도 많다.
전북지역의 한 의원은 “전북권 의원들은 며칠 전 김완주 전북지사를 만나 당론이 정해진 만큼 우리가 유치를 도와주기는 어렵다고 사정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충청권 의원들은 전날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당론 변경 불가’를 통보하며 단호하게 대응하고 있다. 한 충청권 의원은 “호남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 산학클러스터, 빛고을 축제, 문화수도, 비엔날레까지 다 가져가지 않았느냐”며 “호남 차별론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