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당내갈등 재연] TK 단체장들 강력 반발… ‘不和벨트’ 된 과학벨트

입력 2011-01-21 21:39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초청으로 2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 소속 광역단체장 간담회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한나라당의 본류라 불리는 ‘대구·경북(TK)’ 지자체장들은 과학벨트의 지역 유치를 주장하며 당 지도부 일부의 충청권 입지 지지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범일 대구시장이 먼저 “집토끼는 거들떠보지도 않으니 우리도 산토끼 되자는 것이 지역 여론”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김 시장은 “과학벨트 논의를 보며 굉장히 실망하고 좌절하고 있다”며 “지역 여론은 ‘정치권이 아예 TK는 잊어버리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원들 각오하라’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안 대표가 “좀 절제된 용어를 써 달라”고 만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뒤이어 김관용 경북지사도 “대구시장이 적나라하게 말해서 듣는 입장에서 거북했을 수 있지만 현실 그대로 말한 것”이라며 “과학벨트와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절차와 과정이 존중됐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김 지사는 “지역발전은 물론 국가경쟁력을 바탕으로 비교우위가 높은 곳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해 과학벨트 유치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회의에서는 또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두고 대구·경북 단체장과 지역 의원, 허남식 부산시장과 부산 지역 의원 등으로 나뉘어 설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대구는 밀양, 부산은 가덕도를 신공항 건립 후보지로 지지하며 유치전쟁을 벌이고 있다. 배은희 대변인은 “당이 국책사업 유치운동이 과열되는 것을 우려해 광역단체장들에게 정부 결정시까지 자중할 것을 요청했다”고 브리핑했다.

한편 ‘무상급식 주민투표’ 문제로 시의회와 전쟁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이 미적지근한 지원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오 시장은 “함께 싸우지는 못할망정 당을 위해서 싸우는, 특히 당론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지자체장이 힘이 빠지지 않도록 배려해 달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의 무상급식 전선(戰線)은 6·25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 같다”며 “이길 수 있어서가 아니라 이겨야하기 때문에 화력을 집중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 부분에 대한 추가 논의는 없었다. 유일하게 김문수 경기지사가 “1년 반 전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무상급식 문제를 제기해서 저희도 고생을 많이 했다”며 “무상급식 갖고 오 시장이 대표선수로 굉장히 고생하고 있는데 당에서 심도 있는 지원과 구체적인 해법에 대해 많은 도움이 있길 바란다”고 지원사격을 해 눈길을 끌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