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 성공-‘아덴만 여명작전’ 상보] 함포 퍼부으며 UDT 갑판 진입

입력 2011-01-22 01:12


21일 새벽 4시58분(현지시간) 소말리아와 예멘 인근 아덴만의 어둠이 걷히고 수평선에 여명이 비치기 시작하자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를 조용히 뒤따르던 청해부대 소속 최영함(4500t급)이 갑자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명명된 우리 군의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이 전격 단행된 것이다.

이성호 합참 군사지원본부장(중장)은 “링스헬기가 출동하고 고속단정 3척이 기동해 기습적으로 선박을 장악했고, 작전은 총 6단계로 진행됐다”며 “1단계로 신속한 기동과 해적을 위협하는 사격을 통해 해적의 주위를 분산시켰다”고 말했다.

기동을 시작한 최영함은 순식간에 삼호주얼리호를 스쳐 지나가며 5인치 함포로 ‘쾅’ ‘쾅’ 위협사격을 가했다. 갑작스런 함포사격에 놀라 잠을 깬 해적들은 우왕좌왕했다. 이때 하늘에서는 링스헬기가 K-6 기관총 수백 발을 선교 등으로 발사해 또 한번 해적들의 혼을 뺐다. 특히 링스헬기에 탑승한 저격수가 저격용 소총으로 선교에 있던 해적 1명을 조준 사살하자 해적 5~6명은 혼비백산해 선실로 내달렸다.

적의 이목이 최영함과 링스헬기에 쏠린 사이 고속단정(RIB) 3대에 나눠 탄 해군 특수전여단(UDT) 작전팀이 삼호주얼리호 뒤편으로 돌아갔고, 줄사다리를 이용해 기습적으로 갑판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대원 전원이 소형 카메라가 장착된 헬멧을 착용해 현장 상황이 곧바로 국방부 청사 지하의 군사지휘본부로 실시간 전송됐다. 군사지휘본부에서는 작전팀이 무사히 갑판에 오르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가장 위험하고 어려운 단계가 승선이기 때문이다. 해군 고위 관계자는 최영함이 당시 삼호주얼리호에 너무 근접해 충돌 위험이 있었지만 과감하게 작전을 펼쳤다고 밝혔다.

이후 링스헬기에서 우리말로 “진입 작전이 시작됐다. 선원들은 전부 바닥에 엎드려라”고 여러 차례 경고방송을 했다. 우리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해적과 선원을 구별하기 위해서였다.

저격용 소총 등으로 무장한 작전팀은 갑판에 오른 뒤 즉시 선교를 장악했고, 이어 선교 하단으로 진입해 기관실을 비롯한 나머지 격실을 차례로 장악해 나갔다.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AK 소총과 기관총, RPG-7로 무장한 해적들은 배의 구조물에 숨어 작전팀을 공격했다. 그러나 대략적인 적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던 우리 군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또 실탄은 물론 섬광탄·체류가스탄·소음탄 등 특수장비를 동원해 적을 제압해 나갔고, 해적들은 우리 군에 저항하다가 사살되거나 생포됐다.

작전팀 피해는 없었지만 조타실 장악 과정에서 선장 석해균(58)씨가 적의 총탄에 맞아 배에 관통상을 입었다.

작전팀은 해적을 격퇴하고 장악한 격실에 빨간색 스프레이로 ‘×’ 표시를 하며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1만1000t급 삼호주얼리호에는 격실이 57개나 있어 적의 존재를 확인하고, 선원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이 때문에 조타실 등 배의 주요 거점을 탈환하는 데에만 최초 승선 이후 3시간이나 소요됐고, 작전이 시작된 지 4시간58분이 지나서야 배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었다.

이번 작전은 최영함이 독자적으로 수행했지만 해군연합사의 해적에 대한 정보 지원과 미군 지원도 적지 않았다. 미군은 구축함과 헬기를 파견했고, 항공정찰기도 지원하는 등 작전에 필요한 다양한 첩보를 제공했다. 또 오만 측 경비정도 최영함과 함께 기동하며 작전을 수행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