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상회담 이후] 남북 군사회담 합의, 南·北·美·中 사전 조율?
입력 2011-01-21 21:24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는 20일(현지시간) 남북한의 고위급 군사회담 개최 합의에 대해 기다렸다는 듯 환영을 표시했다. 중국의 반응도 이에 못지않았다.
미·중 양국이 이처럼 반색하는 모습을 즉각적이고도 공개적으로 표출한 것은 이번 정상회담이 성과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적극 언급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남한과 북한이 정상회담 전후 직간접적으로 이번 남북 군사회담 합의와 관련해 조율을 하지 않았나 하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 소식통은 “정상회담 전에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이나, 특히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정상회담 의제 조율차 한국 또는 중국을 방문했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백악관이나 국무부가 정상회담 전에 수차례 ‘북한 이슈가 안보 문제 중 가장 중요하게 거론될 것’이라고 언급한 점도 음미해 볼 만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북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에 대한 우려 표명에 동의했다는 점,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미국과 중국이 UEP 문제가 공동성명에 포함된 것을 높이 평가한 점, 북한이 고위급 군사회담을 전격 제의하고 남한이 바로 수용했다는 점 등 여러 정황이 관련국들 간 직간접적 교감을 시사한다.
사실 한국은 정상회담 직전까지만 해도 ‘원칙 있는 대화’를 강조하며 북한의 선(先)태도변화 등 조건을 강하게 내세웠다. 고위급 군사회담 수락은 이런 입장에서 다소 양보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미·중 정상이 북한의 추가도발 불용을 합의했고, 공동성명에 UEP에 대한 우려가 명시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중국에 북한을 설득하도록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자 보도에서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8일 비공식 백악관 만찬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에게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북한 위협 때문에 아시아에 미군을 재배치하겠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덕분에 중국이 공동성명에서 ‘UEP 우려’ 표현을 수용하는 등 압박이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미 국무부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가 “대화가 생산적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6자회담을 재개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에서 보듯 남북대화 전망이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선 남북한의 상황 인식 차이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거기에 미국은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진정성 확인을 위해,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으로 각각 남북대화를 바라보고 있어 시각차가 노정될 수도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