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복지논쟁 핵심은 국민 보편적 동의 얻는 것”

입력 2011-01-21 18:36


“민주당은 구체성이 없고, 한나라당은 진정성이 없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21일 최근 가열된 정치권 복지 논쟁을 한마디로 평가절하했다. 그는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아 복지 논쟁이 벌어지는 건 바람직하다”는 전제로 얘기를 했다. 그러나 ‘복지 이슈 선점’이라는 정치적 이유 때문에 여야 할 것 없이 구체성과 진정성이 결여된 설익은 정책을 앞세워 논란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 국가로의 사회 패러다임 변화를 논하기엔 함량 미달이라는 것이다.

선 부소장은 “복지 재원 조달을 위한 근본적인 조세·재정 구조 개혁안을 내놓고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는 필수 과정이 빠졌다”며 “선거 공약 발표하듯 취급할 문제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독립적 민간 경제연구소를 표방하는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정부 정책에 대한 날 선 비판과 대안 제시로 특히 젊은층과 진보 진영에서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의 ‘3+1’(무상 의료·급식·보육+반값 등록금) 복지 당론을 평가한다면.

“한국은 저출산·고령화 충격이 굉장히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선제적으로 복지 인프라를 확충하는 게 필요하다. 민주당이 필요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고 본다. 그러나 재원 조달 방안과 관련 제도 개혁에 대한 구체성이 떨어진다.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 맞춤형 복지를 들고 나오자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갑자기 들고 나온 것 같다.”

-한나라당의 ‘70% 복지’(총 가구의 하위 70% 대상) 안은 어떤가.

“진정성이 없다. 서울시는 2009∼2010년 복지 예산을 수천억원 단위로 삭감했다. 현 정부 들어 차상위 계층은 의료급여 대상에서 제외됐고, 장애인 수당도 깎여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선별적 복지를 하겠다는 건 말장난이다. 복지 지출은 의무 지출이 늘어나서 겉보기엔 늘고 있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민주당은 ‘증세 없는 복지 확대’를 주장하고, 한나라당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맞서고 있는데.

“증세를 논하기에 앞서 근본적인 조세·재정 구조 개편부터 고민해야 한다. 현재 정부의 재정 지출은 토건사업에 집중돼 있다. 복지·문화·교육 사업도 노인회관이나 문화회관을 짓는 등 하드웨어에 투자되고 있다. 중앙정부 예산의 40%가 이렇게 쓰인다. 부처별 중복 투자도 많은데, 이것도 부동산 개발 위주로 진행된다.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재벌과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는 만연해 있다. 7500조원에 이르는 금융시장에는 턱없이 적게 과세하고 있다. 이런 구멍을 막고 선진국 수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면 50조원을 걷을 수 있다. 이런 근본적인 구조 개혁 없이 증세를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렇게 해서도 재정이 모자랄 때 증세를 논할 수 있는 것이다.”

-‘부자도 무상급식을 해줘야 하느냐’는 식의 보편적 복지 확대에 대한 회의도 있다.

“복지 문제는 ‘보편적 대 선별적’ 이분법적 시각으로 볼 게 아니다. 보편적 복지가 필요한 부분이 있고 사정에 맞게 선별적으로 할 부분이 있다. 제한된 예산 분배를 어떻게 최적화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복지의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상의료에는 굉장히 많은 재원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현재도 부족한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예산까지 빨아들이는 건 안 된다.”

-복지 논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국민의 보편적인 동의를 얻는 것이다. 역대 정부들은 하나같이 좋은 공약을 많이 내놨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획기적인 건강보험 보장률 인상과 후분양제 실시 등을, 현 정부는 반값 등록금과 무상보육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정착되지 않았고 실패하거나 유야무야됐다. 국민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 동의 없는 정책은 집권 후에도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정권이 바뀌면 쉽게 허물어진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