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호넷’ 덜 떨어진 슈퍼히어로… 유쾌! 통쾌!
입력 2011-01-21 17:29
원래 악당이었던 영웅(‘메가마인드’)에 이어 이번엔 ‘덜 떨어진 영웅’이다. ‘그린 호넷’의 주인공 세스 로건은 싸움도 못하고, 머리도 나쁘고, 결정적인 순간엔 실수를 남발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캐릭터로 스크린에 나왔다.
배트맨조차 내면에 자리한 악의 존재로 고뇌하고(‘다크나이트’), 마법이 풀린 공주는 괴물이 되는 세상이니(‘슈렉’) 사고뭉치 영웅 ‘그린 호넷’도 이 시대 충분히 있을 법한 인물이다. 그러나 주인공이 사고만 쳐서는 악당과 싸움 자체가 안 되니 멍청한 주인공의 보완재도 필요하다. 주인공의 친구로 실질적인 활약을 도맡아 하는 ‘케이토’ 역할은 대만 출신 청춘스타 저우제룬(周杰倫)이 맡았다.
그러니까 전형적인 히어로 무비라면 뒤바뀌었을 주인공과 주인공 친구의 역할 전복이 재미의 핵심이다. 나중에 그린 호넷이 되는 ‘브릿 레이드’는 신문사 사주인 아버지를 두었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한심한 젊은이고, 케이토는 가난한 고아라는 걸 제외하면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킹카다. 전혀 다른 두 사람 브릿과 케이토의 공통점은 브릿 아버지에 대한 적대감으로 똘똘 뭉쳐 있다는 것. 아버지가 죽은 뒤에도 불만을 떨쳐 버리지 못한 브릿은 케이토와 함께 아버지의 동상에서 머리를 잘라내고, 신문사를 멋대로 움직여 ‘그린 호넷’이라는 반(反)영웅을 만들어낸다. 둘은 함께 어울리면서도 서로가 갖지 못한 것을 시기하지만, 위기를 헤쳐 나가며 있는 그대로의 친구를 인정하게 되는 성장형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준다.
세스 로건의 코미디와 저우제룬의 무술 실력, 화려한 자동차 추격신 등 볼거리가 풍부해 118분의 상영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악당을 무찌르는 영웅이라는 기본 구도에 검찰과 언론의 유착관계 등 한국 관객들이 보더라도 낯설지 않은 현실적인 설정이 영리하게 덧씌워져 유쾌하기까지 하다.
중화권에서는 톱스타지만 서구에서의 지명도는 거의 없는 저우제룬이 이 영화를 계기로 리샤오룽(이소룡)의 뒤를 잇는 스타로 부상할지도 관심사다. ‘그린 호넷’이 1966년 미국에서 TV 시리즈로 방영될 당시, 리샤오룽은 일약 세계적인 톱스타로 명성을 날린 바 있다. 미셸 공드리 감독은 케이토 역의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다수의 아시아권 톱스타를 만났지만 저우제룬으로 최종 낙점했다고. 19일 내한 기자회견에서 저우제룬이 “영어를 너무 못해 힘들었다”고 말한 사실이 보여주듯, 영화에서의 연기력은 아무래도 로건 쪽이 한 수 위다.
그린 호넷과 케이토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여주인공으로 카메론 디아즈가 등장하지만, ‘여신 같다’는 극중 인물들의 호들갑과는 달리 그의 얼굴에서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질 뿐이다. 별달리 인상적인 활약도 펼치지 못한다. 굳이 3D로 제작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특수효과도 약점. 15세가. 27일 개봉.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