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치과의사… 직업체험 신나요”

입력 2011-01-21 17:31


“아∼입을 벌려보세요.” 치과의사가 된 정우(6)가 썩은 이를 치료합니다. “맛있는 빵이어요.” 파티셰로 변신한 정우가 도넛에 초콜릿으로 장식을 합니다.

지난 19일 아들 정우와 함께 어린이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서울 잠실동)를 찾은 김학미(35·서울 장안동)씨는 아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할 때마다 함박웃음을 지었다. 교사인 김씨는 “겨울방학이 끝나기 전에 아이와 가족여행이라도 다녀오고 싶었지만 강추위가 이어져 실내체험장을 찾았다”면서 “여러 가지 직업들을 아이가 직접 체험해볼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올 겨울방학은 구제역이 번지면서 지역축제들도 잇따라 취소되고 강추위가 이어져 여행은커녕 나들이도 쉽지 않았다. 방학이 끝나기 전에 자녀들에게 특별한 추억거리를 남겨주고 싶은 엄마들이 실내체험학습장이나 전시회 등을 찾아 나서고 있다. 벼르고 별러 모자 쓰고 목도리 두르고 눈 코 입만 빼꼼히 내놓은 채 나선 겨울나들이. 자칫 잘못하면 어른도 아이도 지치기만 할뿐이다. 나들이 효과를 120% 누릴 수 있는 비결을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

아삭창의사고력연구소 황미용 소장은 “어떤 곳에 가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할 것인지 정하는 것부터 아이와 함께 하라”고 당부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부모 손에 끌려간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게 된다는 것. 스스로 정보를 찾기 어려운 연령대 어린이라면 부모가 다양한 주제의 프로그램을 보여주며 같이 고르도록 한다.

부천대 유아교육과 전성수 교수는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린다”면서 사전교육을 제대로 하라고 강조했다. 아이와 함께 갈 곳을 정했다면 그곳에 대해 자세히 알아봐야 한다는 것. 그림 전시회를 간다면 어떤 화가인지 찾아보고, 그 화가의 그림도 한두 가지 봐두도록 한다. 사진으로 봤던 그림을 현장에서 발견했을 때 아이들은 손뼉 치게 마련. 뮤지컬이나 연극도 마찬가지. 이때 주의할 점은 그 과정이 아이에게 지겹게 느껴져선 안 된다는 점이다. 전 교수는 “사전에 조사하는 과정 자체가 공부지만 부모가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호기심을 갖게 이끌라”고 했다.

현장에서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하는 부모는 좀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80여 가지의 직업체험을 할 수 있는 키자니아의 경우 무작정 갔다가는 현장에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고, 여기저기 찾아 다니느라 시간과 체력을 낭비, 한두 가지 직업 체험으로 끝날 수도 있다. 아이와 함께 체험할 직업을 정한 뒤 그곳의 위치 등을 미리 파악해 둬야 한다는 얘기다.

준비를 많이 했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황 소장은 “준비를 잘한 부모일수록 욕심이 생겨 그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저기 끌고 다니면서 이것저것 보여 주고, 설명하고, 알아들었는지 캐묻고 그렇게 하다보면 아이들은 또 다른 공부로 받아들여 귀와 마음을 닫아버리게 된다.

전 교수는 “깊이 있는 체험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현장에서의 부모 역할”이라고 말했다. 박물관에 갔다면 신라 토기, 고려시대 청자 등 한 가지 테마를 정해 보면서 어떤 것이 마음에 드는지, 왜 그것이 좋은지 등 질문을 던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울 풍납동 한가람유치원 임정희 원장은 “박물관이나 공연장, 전시장 등을 찾았을 때 공공장소에서의 예절을 교육하는 기회로 활용하라”고 권했다. 남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하고, 전시된 물건은 허락된 것 이외에는 만지면 안 된다는 것 등을 알려주라는 것.

현장학습을 겸한 나들이를 다녀온 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사후 교육. 전 교수는 “대화를 통해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꼈는지 자연스럽게 아이의 생각을 이끌어내라”고 일러 준다. 이야기를 나누다 아이가 궁금해 하는 것은 직접 책이나 인터넷 등을 찾아보게 한다.

방학과제로 ‘체험학습 보고서’가 나왔다면 대화만으로 끝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황 소장은 “자칫 잘못하면 체험학습보고서 때문에 현장학습의 재미와 효과가 반감되기 쉽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를 위해 사진 찍고 메모하느라 감상이 뒷전이 되어선 안된다는 것. 황 소장은 “현장에선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면서 느끼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전단지나 팸플릿을 2장씩 가져와 활용하라”고 아이디어를 준다. 전단지나 팸플릿 사진과 설명을 오려 붙이고 간단한 설명만 쓰게 하면 보고서 쓰는 부담을 줄여 줄 수 있다. 2장씩 가져오는 것은 앞뒷면을 모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