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이젠 변해야 한다] (하) 컨트롤타워 부재
입력 2011-01-21 17:35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방대한 조직과 일을 꿈꾸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공공성과 효율성을 높일 것인지 ‘세(勢)’의 정치가 아닌 ‘절제’의 정치를 고민해야 할 때다. 길자연 신임 대표회장 체제하의 위원회 구조(21개 상임위원회, 16개 특별위원회)를 보면 문어발식 확장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한 느낌을 준다. 교단이나 단체, 개 교회의 몫까지 감당하려다보면 누수 또는 왜곡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의 그늘진 곳을 향해 교회의 본질을 제시하겠다는 충정은 이해하지만 잘못하면 연합기관인지, NGO와 선교기관인지 경계가 모호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교단 총회장 출신 한기총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지향적 변화와 시대적 책무를 완수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19일 본보가 보도한 ‘2011년 한기총 설문조사’는 이 같은 한기총 구성원의 염원이 잘 드러났다. 응답자 174명 중 146명(83.9%)이 정관(운영세칙, 선거관리규정 포함) 수정의 불가피성을 꼽았다. 조직의 정체성과 건전성을 보여주는 게 정관과 운영세칙, 선거관리규정 등이다. 따라서 혼란을 줄 수 있는 규정은 명확하게 손질하고 해석 문제로 사회법정까지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번 설문에서 117명(67.2%)이 법적 문제가 발생한다면 한기총 내 화해중재원을 통한 우선 해결 방식을 꼽았고, 45명(25.9%)이 세상 법정으로 가는 것 자체를 무조건 반대한 것은 그런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선거와 관련해 74명(44.3%)은 현재의 자유 경선과 200여명 실행위원회 선거, 총회 인준을 선호했지만 다양한 의견이 분출된 것 또한 현행 제도가 그만큼 불완전하다는 방증이다.
그러면 법과 제도의 변화는 어떻게 가져올 수 있을까. 한기총이 두 차례(2008년과 2010년) 정관 개정에 실패한 원인을 따져보면 답이 나온다. 대형교단이나 군소교단 모두 각자의 정치적 셈법에 너무 몰입하면서 최대공약수를 이룬 안보다는 특정교단, 특정인을 배려한 듯한 안이 나와 표심이 갈라졌다. 회원교단 간 좌고우면하는 사이 반대 측은 세를 규합, 개혁을 좌절시켰다. 정관개정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코람데오(하나님 앞에)’ 정신, 원칙과 균형감각을 갖춘 컨트롤타워가 전체를 조율하고 역할 분담에 따라 세부안을 구체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행정 지원에만 머물고 있는 한기총 사무처 또한 기획과 정책개발까지 가능한 편제로 바꾸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길 대표회장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 한 인사는 “친소관계나 교단 안배 차원이 아닌 인물과 능력에 따라 새로운 ‘언로(言路)’를 구성해야 한다”며 “한기총 구성원에게 인정받는 원로그룹과 각 교단의 덕망 있는 리더십, 핵심 실무자인 싱크탱크 등이 동참하는 컨트롤타워가 바로 그것”이라고 했다. 그는 “향후 대표회장을 꿈꾸는 인물은 컨트롤타워에 참여한다 해도 영향력을 축소해야 한다”며 “수많은 경우의 수를 놓고 정치적 결단이 요구될 때 사심이 개입될 여지를 최소화시켜야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