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달러 들고 미국 유학, 아메리칸 드림 이룬 남상용 장로 “한국 알리는 꿈꾸며 개미처럼 살았죠”

입력 2011-01-21 17:32


단돈 4달러를 가지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 청년이 있었다. ‘성공하면 대한민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진 청년은 매일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했다. 결국 그는 돈키호테의 열정과 개미의 성실함으로 부동산임대업에 성공해 억만장자가 됐다. 그러다 엄청난 어려움이 밀려왔다. 그때 그는 하나님을 굳게 의지해 꿈을 지켜낼 수 있었다.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시에서 건물관리회사를 운영하는 남상용(77·앤아버한인교회 장로·사진) 사장이 최근 자신의 신앙과 사업 스토리를 정리한 ‘나는 돈키호테처럼 꿈꾸고 개미처럼 산다’(토기장이 발행)를 출간했다.

그는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1964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가 앤아버에 도착했을 때 그의 주머니엔 4달러가 전부였다.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미시간대에서 건축학을 공부하는 가난한 학생이었지만 그는 하나님을 만나면서 큰 꿈을 꾸었다. 미국 내 한국 브랜드를 널리 알려야겠다는 구체적인 비전을 갖게 된 것이다. 기도 가운데 조언하시는 하나님을 종종 느낄 수 있었다. 붙잡고 계시는 하나님의 손을 결코 놓지 않겠노라고 마음 속 깊이 고백하곤 했다. 그리고 돈을 많이 벌어 사회에 헌신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기도했다.

대한민국이 그에게 물려준 것은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가난과 외로움뿐. 하지만 조국에 대한 그의 사랑은 놀랍다.

그는 미국에서 한국문화와 예술,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미시간대 한국학 후원회를 조직하고, ‘미시간대 한국장서 늘리기’ 캠페인을 벌이는 등 한국문화와 예술의 계승사업을 펼치고 있다.

미시간대에 한국학연구소와 한국 상설전시관 설립에도 힘썼다. 그 결과 100여권밖에 없었던 한국 서적이 현재 5만여권으로 늘어났다. 아파트 4개동 102세대를 매각, 한국어학과도 신설했다. 또 서울대와 중앙대, 중국 연변과기대, 평양과기대 등에도 수백만 달러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4년에는 유공재외동포상인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상했다. 2010년에는 미시간대로부터 ‘최고의 졸업생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남 사장은 현재 미시간에 50개 빌딩, 450여호에 달하는 아파트를 소유하고 관리하는 ‘남 건물관리회사(Nam Building Management Co. Inc.)’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억만장자이지만 지금도 40여년 전에 살던 집에서 국산차를 타고 다니며 검소하게 청지기의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돈키호테처럼 살아온 자신의 절절한 삶을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비행기값을 아끼기 위해 택한 2주간의 배편 여정, 얼마 되지 않는 여비로 한 달이나 미국 대륙을 횡단한 일, 교수님 댁 지하실에서 숙식하며 정원 아르바이트를 한 것, 미국인의 합리성과 부를 내 것으로 만들겠다던 돈키호테적인 발상….

‘나는 돈키호테처럼…’은 미시간 한복판에 코리아브랜드를 건설, 한국의 위상을 세상에 알리겠다는 한 몽상가의 꿈과 신앙을 진솔하게 기록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를 ‘600만 달러의 사나이’라고 부른다. 미시간대에 500만 달러, 또 기타 대학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다 보니 붙여진 별명이다. 하지만 그가 이룬 것은 기적이 아니다. 신념과 성실로 꿈과 희망을 현실로 만든 것뿐이었다.

그는 지난해 위암 4기 판정을 받았다. 6개월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의사의 말에도 미국 내 한국인 2, 3세를 위한 신앙과 교육 공동체라는 노년의 마지막 꿈을 향해 달려가기를 쉬지 않고 있다.

“저는 지금 투병 중에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지으신 기적의 집인 천국을 더욱 소망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내게 이 땅에서의 또 다른 시간을 허락하신다면 나는 또다시 ‘개미의 삶’을 선택해 살아갈 것입니다. 개미처럼 꾸준하게, 성실하게, 지혜롭게 태양을 지표 삼아 살아갈 때 하나님께서는 내가 상상도 못했던 집을 이 땅에 지은 후 하나님 품에 안기도록 도와주시리라 믿습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