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데이트-밀라노서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는 정명용씨] “고유 브랜드 런칭해야죠”
입력 2011-01-21 17:35
디자인의 본고장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마에스트로(거장)를 꿈꾸는 남자, 정명용(39). 그는 미키정(michijung)디자인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현지 SPA업체 ‘웰이탈리아’의 아트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제품 가구 인테리어 조명 등을 모두 다룬다.
스튜디오도 있고, 아트디렉터라니 꿈을 절반쯤 이룬 건 아닐까? “아직 멀었다”는 답이었지만 수화기에선 명쾌한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그 웃음에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그와의 인터뷰는 인터넷전화를 통해 이뤄졌다. 그곳 시각으로 새벽2시라는데 목소리가 또랑또랑하다. 퇴근 후 스튜디오에서 야간작업을 하는 중이란다.
그를 처음 만난 건 2008년 4월 밀라노 국제가구전시회서였다. 젊은 디자이너들의 창의적인 작품만을 엄선해 전시하는 ‘살롱 사텔리테(Salone Satellite)’에 정씨는 의자를 출품했다. 그는 2007년에도 같은 코너에 작품을 냈고, 그해 2월 한국의 차세대디자이너로 선정됐으며, 2008년 ‘지식경제부 주최 선도 디자이너 7기’에도 뽑혔다며 명함을 건넸었다. 그리고 지난해말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디자인 코리아 2010’에서 다시 만났다. 외국인디자인업체로 참가한 정씨는 자신이 디자인해서 이탈리아 가죽장인이 ‘한땀한땀’ 손으로 만든 스마트폰, 아이패드 케이스를 소개하고 있었다. 그는 그 사이 홍콩 하버시티 주최 디자인특별전에 한국 디자이너로는 유일하게 초청돼 전시했고, 이탈리아 가구업체 주최 디자인 공모전에서 3위에 입상했다고 들려줬다.
지금은 꿈을 향해 순조롭게 나아가고 있지만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어린시절 만화를 잘 그렸던 그는 한국의 ‘그로피우스(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를 꿈꾸며 월간 가구저널에 입사했다. 그때 그는 ‘딸기밭’으로 불렸다. 담당 데스크가 빨간 펜으로 오탈자, 틀린 부분을 잡은 게 너무 많아 얻은 별명이었다. 그는 2년 동안 악착같이 돈을 모으면서 어학공부를 했단다. 디자인의 본고장으로 유학가기 위해.
“1999년 2월 밀라노에 도착했죠. 숙소에서 왕복 6시간씩 기차를 타고 가 밀라노공대 교문을 보면서 꼭 들어가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쳤어요.”
그해 10월 드디어 밀라노공대 산업디자인과에 입학했고, 졸업 전부터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2005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그 대학 산업디자인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면 발상력을 키워야 합니다. 또 박학다식해야 하고요.”
그는 산업디자인은 공학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산업디자이너는 자신의 철학을 살리되 기업의 요구사항을 담아 이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튜디오를 통해 이곳으로 유학 오는 후배들도 돕고 싶고, 한국과 이탈리아 디자인 발전의 가교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의 최종 목표지는 세계 시장이다.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면 고유 브랜드를 런칭할 계획이라고 했다.
글·사진=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