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도발방지 확약을” 北 “경협 재개 논의를”…의제 놓고 기싸움 예고
입력 2011-01-21 00:30
남과 북은 고위급 군사회담이 열리더라도 회담장에서 의제를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일 태세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20일 “천안함·연평도 도발과 추가도발 방지에 대한 확약을 의제로 한다”면서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확인을 위해 별도의 고위급 당국간 회담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추후 이를 위한 당국회담을 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 정부가 견지해 온 남북대화 조건을 모두 관철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동안 천안함·연평도 도발과 비핵화 진정성 확인 등을 북한의 대화 제의를 거절한 명분으로 삼아 온 정부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북한은 남북경협 재개에 포커스를 맞출 전망이다. 북한은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명의의 통지문(12일) 등을 통해 금강산 관광재개, 개성공단 활성화, 적십자 회담 개최 등을 제의했었다. 신년 공동사설(1일)에서 김영춘 북한 인민무력부장 명의의 통지문(20일)까지 모두 7차례에 달하는 대화제의를 통해 본 북한의 스탠스는 남측이 내건 조건들은 남한을 회담장으로 끌어내는 ‘마중물’일 따름이다.
북한 입장에서 천안함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 즉 사과 혹은 유감 표명은 그동안 견지해 온 ‘천안함과 무관하다’는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범행을 시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사과 역시 ‘남한의 도발에 자위적으로 대응했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는 조치다. 핵문제 역시 남한과의 대화보다 북·미 대화를 통해 비싸게 팔아먹을 비장의 카드다. 남측과 마찬가지로 쉽게 물러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 셈이다.
아울러 북한은 남측에 심리전 완화를 제의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남측 민간단체 등을 통해 뿌려지는 대북전단지 살포를 막아달라고 강하게 요청해올 것으로 보인다. 이날 보내온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명의의 통지문에서 ‘한반도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할 데 대하여’라고 언급했고, 북한이 그동안 남북대화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의제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측은 서로의 의제를 모두 회담 테이블에 올려놓고 대화의 무게추를 가져오기 위해 기싸움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최대 변수는 미국과 중국 정상회담의 실질적인 내용이다. 미·중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표면적으로 드러난 ‘남북대화 촉구’ 합의가 어떤 방식으로 남북에 투영될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미·중이 각각 남한과 북한을 얼마나 강도 높게 대화로 몰아붙이느냐에 따라 남북대화의 농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