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 비워둔 碑文 이제 새겨 넣을 것”… 죽산 조봉암 선생 83세 딸 조호정씨 인터뷰

입력 2011-01-20 21:40

죽산 조봉암 선생의 딸 조호정(83)씨는 20일 대법원의 무죄 판결 직후 “무죄가 난 뒤 쓰려고 50여년간 비워둔 아버지의 비문(碑文)에 이제 글을 써 넣어야겠다”며 “정적(政敵)을 이렇게 없애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망우동에 있는 죽산 선생의 묘비 앞에는 죽산조봉암선생지묘(竹山曺奉岩先生之墓)라고만 적혀 있고 뒤에는 사망일, 탄생일 등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다.

-무죄 판결에 대한 소감은.

“오늘 아침까지도 불안해서 괜찮을까 하기도 했는데 좋은 결론이 나서 감사하다. 이렇게 좋은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무슨 생각이 제일 많이 났나.

“이제 내가 죽어도 아버지를 뵐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안심하고 뵐 수 있을 거 같다.”

-예전 판결로 사형이 집행됐는데, 어떤 생각이 드나.

“정적을 그렇게 없앤다든지 하는 일은 다시 없어야 한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얼마나 고생인가. 50년을 이렇게….”

-비문에 새길 안은 생각해 두셨나.

“이제 해야죠. 무죄가 되면 쓰려고 했다. 여러분이 생각해 놓았다. 상의해서 할 것이다.”

이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