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왕비 ‘한국판 폴 포츠’에 반했다?… 팝페라 가수 휘진 콘서트 관람키로
입력 2011-01-20 18:46
일본 왕비가 국내 팝페라 가수의 콘서트를 관람하기로 해 화제다.
일본의 이벤트사인 ㈜콘코르디아는 미치코(美智子) 왕비가 오는 26일 오후 도쿄 오타니 호텔 부근 기요이(紀尾井)홀에서 열리는 한국 팝페라 테너 가수 휘진(본명 권휘진·34)의 콘서트를 볼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일본 내에서는 그동안 한국인 음악가의 공연장을 거의 찾은 적이 없었던 미치코 왕비가 새해 초부터 한국인 청년의 공연을 보기로 한 것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만 76세인 왕비가 지난해 말 공식 일정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콘서트를 보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어서 한·일 교류의 메시지를 담은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주최 측은 국제아동도서평의회 명예총재를 맡고 있을 정도로 유엔과 아동 문제 등에 관심이 많은 미치코 왕비가 지난해 유엔아동조약 관련 행사에서 노래를 부른 휘진을 눈여겨 본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휘진은 ‘한국판 폴 포츠’로 불린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공고(용산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대기업 자동차 디자인 설계 연구원으로 일하다 뒤늦게 성악가의 꿈을 이뤘다.
어릴 때부터 호세 카레라스 같은 세계적인 성악가가 되는 꿈을 꾸었던 휘진은 19세에 대기업 연구원이라는 안정된 직장을 얻었지만 노래하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1999년 서울대 음대 성악과에 합격한 뒤 이인영 명예교수 밑에서 성악의 기초를 닦았고 2001년 베데스다 콩쿠르 1위, 2002년 난파(성정) 전국 음악 콩쿠르 대학부 2위를 차지하는 등 성과를 보였다.
콘코르디아의 곤도 유키코(近藤由紀子·61) 사장 겸 프로듀서는 “(미치코 왕비가)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은 휘진의 인생 역정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휘진은 공연에서 한국과 일본 양국의 마음을 잇는 다리가 되겠다는 뜻을 담아 한국 가곡 ‘얼굴’과 일본 노래 ‘천개의 바람이 되어’, 일본 동요 ‘샤본다마(비눗방울)’, ‘어메이징 그레이스’ 등을 부를 계획이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