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상회담] 美 “미흡” 中 “만족”…양국 언론 엇갈린 평가
입력 2011-01-21 00:32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역사적인 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미국과 중국 언론이 엇갈린 분석을 내놨다. 미 언론은 이번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위안화 절상 등 핵심 의제에선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 언론은 회담 결과과 성공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등 서방 언론은 19일(현지시간) 공동 기자회견에서 후 주석이 중국 인권의 보편성을 존중한다는 성격의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쏟아냈다. 후 주석은 ‘중국의 인권문제’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중국은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답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경제를 이끄는 두 거인이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정상회담의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후 주석이 사실상 금기어인 중국 인권을 말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BBC방송과 프랑스 르몽드도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으로 중국 인권 문제가 거론된 데 의미를 부여했다.
회담의 성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동안 갈등을 겪어온 경제·안보·인권 등 분야에서 해법을 모색했지만 제한적일 것이라고 논평했다. 양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전선을 확대하고 상대에게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바마 대통령과 후 주석이 일련의 논쟁에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며 회담의 한계를 전했다.
위안화 절상과 관련해서 미 언론은 후 주석의 태도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NYT는 오바마 대통령이 위안화 절상 등 민감한 경제문제를 꺼내자 후 주석은 중국의 발전이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일반론으로 피해갔다고 전했다. 폭스뉴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위안화 절상 압박을 했지만 후 주석은 거론 자체를 꺼렸다고 해석했다.
반면 중국 언론은 호의적인 평가 일색이었다. 신화통신과 CCTV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양국 정상이 전반적으로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데 힘쓸 것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도 “세계가 두 정상의 만남을 지켜봤다”면서 이번 회담은 1979년 덩샤오핑(鄧小平)의 방미와 같은 중요성을 지닌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영국 가디언은 “중국 언론은 정상회담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인권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은 아예 무시하고 있다”며 비꼬았다.
한편 일본 언론은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북한의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하긴 했지만,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는 부족했다고 입을 모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이 중국을 배려해 공동성명에 ‘6자회담의 조기 재개’라는 문구가 포함됐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 역시 미국이 남북한의 대화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북한의 조건 없는 대화 제안을 지지하는 중국에 대한 양보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