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오렌지색 택시 인상적”… 세계적 텍스타일 아티스트 케이프 파셋 방한

입력 2011-01-20 18:45


“거리에서 만난 오렌지색 택시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서울은 풍경, 건물, 한강 다리 등 각각의 색상이 잘 어우러져 독특한 느낌을 빚어내는,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스스로를 ‘색깔 박사’라고 소개한 케이프 파셋(74)씨는 20일 서울에선 다른 동양도시와는 달리 친근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담황색을 오렌지색이라고 표현했다. 파셋씨는 미국 출신이지만 영국에서 텍스타일과 벽지 디자인, 도예, 뜨개질, 퀼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동하고 있다. ‘섬유디자인계의 샤갈’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그는 1988년 영국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을 시작으로 스웨덴 덴마크 미국 일본 등지에서 텍스타일 전시회를 한 세계적인 리빙 텍스타일 아티스트다.

재봉실 지퍼 뜨개실 등을 생산 판매하는 영국의 다국적 기업 ㈜코츠의 자회사 코츠코리아 초청으로 서울을 방문한 그를 만난 곳은 서울 수유동 이후갤러리. 이곳에선 김홍주 등 국내 중견급 퀼터 6명이 파셋의 방한을 기념해 마련한 ‘파셋의 오마주전’이 17일부터 2월 6일까지 열리고 있다. 전시회를 둘러본 그는 “내가 디자인한 원단으로 만든 작품을 서울에서 만나니 놀랍고 기쁘다”면서 “색채배합도 훌륭하다”고 말했다. 17∼2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퀼터들을 대상으로 ‘색상조합’을 주제로 워크숍을 하고 있는 그는 “한국 퀼터들은 색채감각이 탁월하다”면서 “다소 소극적인 일본 퀼터들과는 달리 자기 색깔을 과감하게 쓰는 모습이 좋다”고도 했다.

모든 것이 속도전인 IT 시대에 손으로 하는 그의 작업이 가진 의미를 묻자 그는 어린아이처럼 마냥 웃던 웃음을 멈췄다. “젊은이들이 뜨개질이나 퀼트처럼 손으로 무엇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면 나중에 정신상담을 받는 시간이 딱 그만큼 줄어들 것입니다.”

파셋씨는 수공예는 명상과 마찬가지로 치유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영감을 받고 있다는 그는 이번 서울 방문에서 얻은 강렬한 인상도 언젠가는 텍스타일 디자인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한식을 즐기고 있다는 그는 산채정식을 최고의 음식으로 꼽으면서, 요즘 세계적인 트렌드로 떠오른 거친 음식(wild food)과도 잘 맞기 때문에 한식세계화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덕담했다.

“음식에도 색깔이 있습니다. 시골밥상처럼 소박하면서도 섬세하고 다양한 색상이 담긴 식탁은 다른 도시에선 쉽게 만날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인터뷰 중에도 틈틈이 뜨개질을 한 파셋씨는 “스물일곱 살 때 털실과 바늘로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반해 이 길로 들어서게 됐다”면서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는 한 작업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