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상회담] 인권 질문 즉답안한 胡 “오바마에 물은 줄 알았다”

입력 2011-01-20 21:30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19일(현지시간) 공동기자회견은 세계 주요 2개국(G2) 정상들의 회견답게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여유’를, 후 주석은 ‘침착’을 과시하면서도 인권 문제에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앞서 열린 후 주석 국빈방문 공식 환영식은 성대함 그 자체였다.

◇공동기자회견=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엔 전 세계 3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예정 시간보다 늦은 낮 1시27분쯤 두 정상이 회견장에 입장하면서 시작됐다. 회견은 1시간을 넘겨 2시34분쯤 끝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농담을 종종 섞어가며 회담 결과를 전했다. 5∼6차례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그는 후 주석의 다음 방문지가 시카고라는 점을 감안한 듯 “후 주석은 이 한겨울에 내 고향 시카고를 방문할 만큼 용감하다”고 찬사를 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견장에 배석한 공화당 출신 존 헌츠먼 주중 미국대사의 2012년 대선 출마 가능성과 관련해선 “그가 나하고 그렇게 일 잘해 온 것은 공화당 경선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해 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물론 회견장의 이목은 후 주석에게 더 집중됐다. 후 주석이 공개적으로 질문을 받은 건 2005년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베이징 정상회담 이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는 다소 긴장한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시종 침착함과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기자회견은 각각 2명의 양국 기자가 두 정상에게 교차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후 주석에게 전달되는 중국어 통역에 문제가 있어 통역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중국의 인권문제를 묻는 미국의 첫 기자 질문에 후 주석이 대답을 하지 않고 넘어가자 미국의 두 번째 질문자가 다시 묻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에 후 주석은 “(첫 번째 질문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 질문인 줄 알았다”고 말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위안화 절상 문제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여전히 저평가됐다. 추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한때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백악관 공식 환영식=백악관 일대가 온통 오성홍기로 물결치는 가운데 공식 환영식은 후 주석이 탄 리무진이 오전 9시6분쯤 백악관에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오바마 대통령과 부인 미셸 여사는 후 주석이 도착하기 1∼2분 전 백악관 1층 문 앞에서 기다렸다.

백악관은 21발의 예포를 발사하며 후 주석의 방문을 환영했다. 후 주석은 의장대 사열을 마친 뒤 성조기와 오성홍기를 흔들며 환영하는 어린이들 사이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둘째 딸 사샤를 발견하곤 잠시 인사말을 나눴다.

오바마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덩샤오핑(鄧小平) 전 중국 국가주석을 두 차례 언급하며 미·중 관계 발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어로 ‘환영’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환영사를 마쳤다.

후 주석도 “파트너로서의 관계 강화를 위해 손에 손을 잡고 협력해 나갈 기회를 잡자”고 화답했다. 후 주석 답사 도중 연단 오른편 앞쪽에 도열해 있던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의 부인 데보러 멀린 여사가 졸도하기도 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