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적 감춘 換헤지 상품… 中企 ‘환율 관리’ 시름

입력 2011-01-20 18:37

중소기업들이 ‘나홀로’ 환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키코’ 사태가 빌미가 됐다. 기업은 기업대로 시중은행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고, 은행도 환위험 헤지(Hedge) 상품에서 손을 뗐기 때문이다. 20일에도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10.90원 급등한 달러당 1121원까지 치솟는 등 올해도 세계 각국에서 환율 전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중소기업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석탄 중개업을 하는 서울의 A사는 요즘 주거래은행에 수수료 입금 여부를 거의 실시간으로 점검한다. 월 평균 100만 달러(약 12억원)를 수수료로 받는 A사 입장에서는 단 몇 분만 늦어도 환율변동으로 막심한 손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환율 변동 전망도 중요한 변수다. 수수료를 외화통장에 보관하느냐, 즉시 원화로 환전하느냐에 따라 수천만원이 허공에서 사라질 수도 있어서다. 실제 이 회사는 환율 상승세로 원·달러 환율이 1251원이었던 지난해 6월 11일 100만 달러를 입금 받은 뒤 외화통장에 보관했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 뒤 환율이 1197원으로 폭락하면서 앉은자리에서 5000만원 이상의 손해를 보기도 했다.

주거래은행 관계자는 “보통 지점에는 외화담당자가 많아야 1∼2명에 불과해 많은 거래기업들에 실시간으로 필요한 정보를 주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나 대기업들의 경우 보유 외화를 바탕으로 직접 환율관리에 나서지만 중소기업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에 환리스크 헤지 상품은 키코 사태 이후로 종적을 감췄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키코 파동 이후로 비슷한 상품을 개발한다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라고 했고, 우리은행 관계자도 “중소기업들은 사실상 주거래은행과 관계를 돈독히 해 우대를 받는 방안 외에는 해답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시중은행들은 일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개별 솔루션을 제공해주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업이 환율 관리를 요청해 올 경우 거래 현황을 바탕으로 최적의 상품을 설계해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김아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