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자연 한기총 새 대표회장 인준 파행 끝 통과
입력 2011-01-20 22:10
길자연(왕성교회) 목사가 20일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제22회 정기총회에서 인준 거부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명예회장과 공동회장들의 중재로 제17대 대표회장으로 인준됐다.
길자연 신임 대표회장은 취임 소감에서 “한기총은 창립 22주년을 맞는 기관답게 합리적인 논리와 철학을 세워 명실공히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연합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또 “한국교회의 온도조절기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예측 가능하면서도 투명한 리더십과 협력으로 촘촘하고 세밀하게 실천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66개 교단, 19개 단체로 조직된 한기총은 2011년 사업계획과 감사·결산보고, 예산안, 사업계획안 등을 통과시킨 뒤 22회기 총회 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은 한기총의 정체성 확립과 미래로의 전진, 한국사회 온도조절기 역할과 통일 준비, 세계 교회와의 협력과 중심기관으로의 발전, 따뜻한 이웃 섬김과 문화적 소통에 힘쓰자는 염원을 담고 있다.
한기총은 한국교회 갱신과 자정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또 한국기독교종합센터 건립을 위한 후원회를 조직키로 했다. 북한 인권 개선 캠페인도 적극 펼칠 계획이다. 한기총은 22회기를 이끌 명예회장 공동회장 부회장 등 임원 및 상임위원장들을 인준했다.
하지만 길자연 대표회장 당선자 인준을 놓고 격한 논쟁이 오가면서 총회 시작 30분 만에 정회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앞으로의 험난한 파고를 예고했다. 당선자 자격과 선관위원회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면서 당선자 지지자들과 길 목사 반대 측의 대립이 극에 치달은 것이다.
길 목사 반대 측은 선거법 위반을 들어 지난 대표회장 선거가 원천 무효임을 주장했다. 이광원(예장 합동중앙) 목사가 인준을 거부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을 시작으로 반대 발언이 쏟아졌다. 지난 선거에서 떨어진 김동권 목사도 합세해 “실행위원회 때 읽지 않은 선관위 회의록을 낭독하고 인준 투표를 벌이자”고 했다. 고성과 손가락질이 오가는 가운데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이에 사회자인 이광선 한기총 대표회장은 “이 상황에서 더 이상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면서 정회를 선언,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용규 명예회장은 “오늘 일어난 사태는 한기총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단적인 사례”라며 “이미 선거를 진행했고, 문제가 있으면 투표 때 이의를 제기했어야지, 이런 방식으로 회의를 정회하는 것은 도저히 허락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명예회장과 공동회장들이 모여 속회 여부를 검토하며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쏟았다. 이 대표회장은 문원순 서기를 통해 오는 27일 오후 2시 다시 속회하자고 발표했지만 명예회장과 공동회장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총회를 속개했다. 연장자인 조경대 목사를 임시의장으로 뽑았고 조 목사는 길 목사가 차기 대표회장으로 인준됐다고 선언했다.
길 목사가 새 대표회장이 됐지만 반대파들의 공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앞으로의 리더십 행사에 적잖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적 문제까지 제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